사는 이야기

안면 신경 마비 10개월째... 침 맞으러 가다

polplaza 2024. 3. 25. 21:59
반응형

안면 신경마비 진단을 받은지 10개월째 접어들었다. 병원 응급실에 걸어 들어가서 안면신경마비 진단을 받은 후,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고 재활치료를 8개월간 받았다.

병원 치료 초기에는 주변의 소개로 기치료를 두세번 받아보기도 하고, 침 치료를 몇군데서 어영부영 받았다. 그나마 병원 치료가 제일 나을 것 같아서 1주에 2차례씩 재활치료를 받았다. 재활치료는 매회 전기 자극과 적외선치료 동시 15분, 그리고 전기침 치료 15분 등 총 30분간 진행됐다. 어떤 때는 불가피하게 치료를 받으러 가지 못해 1주일에 한번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예약시간에 늦게 도착할 때는 치료사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다른 예약자들의 치료 시간이 지체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의원 간판)

300x250

담당 의사는 본래 6개월 재활치료 처방을 내렸는데, 나는 추가해서 2개월 더 받았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총 8개월간 재활치료를 받은 후 재활치료를 더 받을 지 잠시 고심했다. 의사가 더 이상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권유하지 않는 치료법을 계속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8개월간 예약한 재활치료가 끝나자 더 이상 연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달 동안 아무런 치료 없이 그냥 보냈다. 자연 치유력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다. 그런데 기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오히려  마비된 왼쪽 얼굴의 뺨과 윗입술 왼쪽 근육, 왼쪽 눈 주변의 근육 등이 부자연스럽고, 하루 종일 조이는 느낌이 지속됐다. 이 글을 쓰고 이는 순간에도 왼쪽 잇몸과 입술 근육이 뻑뻑하게 붙어있는 것 같다. 음식을 먹을 때 고개를 숙이면 왼쪽 눈이 감기는 현상도 지속된다.

결국, 월요일인 오늘 짬을 내서 한의원을 찾아갔다. 지난 주 처음 갔던 그 한의원이다. 한번에 침을 무려 25방이나 놨던 그 곳이다. 2번째 방문인데, 원장도 직원도 나를 잘 알아보지 못했다. 내원하는 손님들이 많거나, 며칠 지나서 갔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마스크를 써고 갔기 때문일 수도 있다.

카운터에 접수를 하자마자 여직원(간호사?)이 나를 안쪽 간이 침상으로 안내했다. 웃통을 벗고 반바지로 갈아입으라고 했다. 바지는 양복 바지에 주름이 생길까봐 그런다고 했다. 왼쪽 양말도 하나 벗겼다. 한쪽만 벗으니 이상해서 오른쪽 양말은 내가 벗었다. 무릎담요 같은 것을 하나 가져와서 등에 덮어주었다. 얼마 후, 원장이 와서 바로 누으라고 했다. 소독약을 바르면서 침을 놓기 시작했다. 눈을 감은채 발에서 시작해 손, 머리, 얼굴 등 따끔거리는 횟수를 세봤다. 총 22회였다. 세는데 착오가 없었다면 적어도 22방을 놓은 것이다. 지난번과 다른 것은 마비가 안온 오른쪽 얼굴에도 침 한방을 놓았다. 지난 번엔 머리에 1방 놨는데, 이번엔 3방을 놨다. 눈을 감고 그냥 누워있었다. 전기장판이 깔려있어서인지 따뜻했다.

시간을 재지 못했는데, 아마 15분쯤 침을 맞은 상태로 그렇게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간호사가 와서 침을 뽑았다. 아주 능숙한 솜씨로 쏙쏙 뽑아냈다. 그리고는 엎드려 누워 있으라고 명령(?)했다. 간호가가 떠난지 얼마 안돼 원장이 왔다. 목 뒤쪽에 바늘뭉치 같은 뭔가를 톡톡 두드렸다. 따가웠다. 그리고 약간 오른쪽에도 철심같은 뭔가로 톡톡톡 두드렸다. 참을만 했다. 이른바 '부항'을 뜨기 위한 준비 단계였다. 원장이 나가자 간호사가 뭔가로 압력을 주는 기기를 붙였다. 이번에는 2개를 사용했다. 지난번 처음 왔을 때는 부항 1대를 놨는데, 이날은 2개를 동시에 사용했다. 약 10분 정도 지났는지 모르겠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간호사가 부황 2개를 뗐다. 약간 움찔했다. 간호사가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나는 피가 얼마나 나왔는지, 어떤 색깔인지 보려고 눈길을 돌렸다. 종기같은 곳에 피가 솜에 묻힌채 보였다. 피는 맑은 것 같고, 양은 많지 않은 듯했다. 간호사는 "뭐가 궁금하시냐"고 퉁명스럽게 툭 말을 던졌다. 나는 그냥 실소만 내고 말았다. 치료가 끝났다면서, 가시면 된다고 했다. 

내가 치료를 받는 동안, 나무 칸막이와 천 커텐을 사이에 두고 양 옆 침상으로 환자들이 침을 맞으러 왔다. 원장과 환자의 상담 대화 내용이 들려서 그냥 듣게 됐다. 한 아주머니는 다리 저림 현상이 오래된 듯 했다. 허벅지에도 통증이 자주 생긴다고 했다. 침을 맞는데 아픈 듯이 하소연하기도 했다. 반대쪽 손님도 여성이었는데, 아마도 부항을 뜨거나 적외선 치료를 받으러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SMALL

카운터에 나와 계산을 했다. 치료비는 8,700원이라고 했다. 지난번보다 첫방문 때의 치료비보다 줄어든 것 같다. 또 병원에서 재활치료비는 1회당 11,000원이었는데, 거기에 비해서도 저렴하다. 특별한 약 처방 없이 침과 부항으로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다만, 원장은 주 3회씩 한달 치료를 권장한 상태다. 이런 병은 1년 내에 치료를 받아야 하고, 치료를 다 받아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 완전 회복이 불가능한, 최악의 상태에 대해서도 각오해야할 듯하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