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섭 화백의 작품일까

강환섭 화백(1927~2011)은 우리나라 화단에 판화 작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판화뿐만 아니라 유화도 그렸으며, 소묘와 드로잉, 공예품도 남겼다. 1927년 충남 연기에서 태어난 강 화백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부설 중등교원양성소 회화과를 나왔다. 1960년 첫 개인전(국립중앙공보관)을 시작으로 국제자유미술전, 국립박물관 초대 판화 5인전, 현대작가초대전, 한국미술전(일본 동경), 한중 현대판화전(대만), 한국현대판화협회전, 한국판화전(스웨덴) 등 다수의 전시회에 참가했다. 1993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한국현대판화 40년전에 참여했다.

(국립협대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강환섭 판화 작품)

1993년 '한국현대판화 40년전'을 주최한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이 전시회에는 강환섭 등 97명의 판화작가들이 143점을 출품했다.

그 후, 국립현대미술관은 2007년 12월 14일부터 2008년 2월 10일까지 약 3개월 동안 과천 제1, 2전시실과 중앙홀에서 '한국현대판화 1958~2008' 전시회를 열었다. 이 전시회는 최영림, 정규, 이항성, 강환섭 등 133명이 400여점을 출품하는 등 대규모로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전시회를 소개한 브로셔에서 "한국현대판화는 1950년대 말부터 대학에서 판화교육이 시작되자 실크스크린 같은 새로운 판법이 유행하였는데 판화의 내용과 표현형식이 풍부해졌던 1960년대 초반 판화계는 앵 포르멜의 열기가 높았다"면서 윤명로의 '문신', 김종학의 '역사', 배룡의 '페스티벌', 김봉태의 '작품' 등을 대표작으로 꼽았다. 이어 "1962년 김상유가 최초의 동판화전을, 1964년에는 윤명로와 배룡이 실크스크린으로 제작된 판화만으로 판화 2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이러한 판화의 열기는 1968년 강환섭, 김민자, 김상유, 김정자, 김훈, 배룡, 서승원, 유강렬, 이상욱, 전성우, 윤명로 등을 중심으로 한 '한국현대판화가협회의 창설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이 소개글로 볼 때, 강환섭은 판화계의 대표 작가로 평가받기보다 여러 작가들 중 한명으로 초청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강환섭 화백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다. 지인이 오래 전에 해외 여행을 갔다가 선물로 받았다는 판화 한 점을 보게 됐다. 판화에는 2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동양적인 모습이지만 조금은 생경했다. 낙인과 서명이 있음에도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없었다. 인터넷시대 답게, 구글로 이미지 검색을 해봤다. 유사한 형태의 작품이 검색됐고, 그 작품의 작가는 강환섭 화백이었다. 시장에 나온 작품이었기에 검색이 된 것이다. 판매 희망가는 10만원이었다. 이 작품에 나타난 낙인과 서명을 캡처하여 지인의 작품에 찍힌 낙인과 서명을 비교해보았다. 낙인이 거의 일치하고 서명도 비슷했다. 동일한 작품은 아이지만, 판화 스타일이 비슷해 지인이 선물로 받았다는 판화는 강환섭 화백의 작품일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에 매물로 나온 강환섭 화백 작품 캡처)

이번에 강환섭 화백을 알아보면서, 그가 우리나라 지판화의 창시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판화란 종이 두께를 조절하여 제작하는 판화의 한 형식으로, 강 화백이 최초로 시도했다고 한다. 그는 또 1964년부터 1975년까지 주한미8군, 서울 American High School, 주한미대사관 등에서 미술 지도를 하면서 여기서 맺은 해외 인맥들의 추천으로 해외 전시를 여러 차례 가졌다고 한다. 그의 작품이 해외에서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인 것이다.

한편 아래는 옥션에 소개된 강환섭 작가의 약력이다.
 
1927     충남 연기 출생, 2011년 별세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부설 중등교원양성소 회화과 졸업
 
1960     제1회 개인전(국립중앙공보관)
1961     국제자유미술전(미술협회)
1963     국립박물관 초대 판화 5인전(국립박물관)
1964     현대작가초대전(조선일보)
1965     한국미술전(일본 동경)
1968     국제판화비엔날레(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1974     아세아 현대미술전(일본 동경)
1978     한중 현대판화전(대만)
1980     한국 서양화 원로, 중진작가 초대전(롯데화랑)
1980     한국현대판화협회전(문예진흥원)
1982     한국판화전(스웨덴)
1986     강환섭초대전(동숭미술관)
1988     한국현대미술전(국립현대미술관)
1993     한국 판화 40년전(국립현대미술관)
2001     손의 유희:원로작가 드로잉전(국립현대미술관)
 
1954     국전 입선
1963     한국미술협회전 장려상 수상
1973     한국미술대상전 특별상 수상
 
1963~91  서라벌예대, 중앙대, 영남대, 목원대 강사
1964~75  주한미8군, 서울 American High School, 주한미대사관 미술지도
1971~72  한국미술협회 이사 겸 판화분과위원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