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정리하는 중이다. 주변을 정리하다가 문득 시간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나온 흔적들을 하나씩 정리함으로써 그 흔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첫 작업으로 20여 년 전에 사용했던 플로피디스크와 CD를 정리하고 있다. 어떤 것은 파일이 열리고 어떤 것은 인식 불가로 열리지 않는다. 디스크에 적힌 메모를 보면서, 이 디스크는 파일이 꼭 열려야 할 텐데 하고 신경이 곤두서기도 한다.
플로피디스크가 여러 개 담겨있는 작은 플라스틱박스를 열었다. 플로피디스크가 5개 들어있다. 첫 디스크에는 '책머리, 심역, 주역, 음양'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주역 해설을 담은 디스크임을 알 수 있었다. 26년 전 대학 선배(이상운)의 친구분이 나에게 주고 간 디스크였다. 선배의 친구분은 선배의 같은 과 친구여서, 결국 나의 대학 선배였다. 한편으로 기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 언론계 선배이기도 했다. 그 선배가 1999년 필자의 사무실에 와서 '주역을 쉽게 풀어서 쓴 글'이라며 이것을 주고 간 것이다. 지금 기억으로는, "누군가의 부탁으로 썼는데 출판하기엔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서 필자가 운영했던 사이트(사이버정치마당)에 "게시할 수 있으면 하라"면서 플로피디스크를 챙겨준 것이다. 한글 파일 원문은 당연히 그 친구분이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는 주역에 관심이 없었던터라 플로피디스크를 거의 열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시간 정리작업을 하면서 이 플로피디스크 박스가 눈에 띄었다. 26년 전에 받았던 이 플로피디스크는 제대로 작동이 될 것인가. 궁금하다. 주역 해설을 담은 플로피디스크를 보면서, 벌써 고인이 됐지만 이상운 선배에 대한 기억과, 이 선배와 함께 내 사무실에 왔던 주역 해설을 쓴 대학 및 언론계 선배가 기억났다. 그 선배의 이름은 가물가물하면서 아련하다. 그때 필자가 임대해서 쓰던, 국회 인근의 영등포 사무실에 선배들이 찾아오고, 인터넷신문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가 좋았다.
요즘 컴퓨터는 플로피디스크를 읽을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주로 USB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플로피디스크를 읽게 하려면 별도 장치를 구입하여 연결해야 한다. 이런 수고쯤이야 별거 아니다. 2만원대 정도의 장치 하나를 구입했다.
플로피디스크 읽기 장치를 컴퓨터에 연결한 후, 주역 해설이 담긴 플로피디스크 5개 중 1개를 장치에 삽입했다. 컴퓨터에서 플로피디스크를 읽는 소리가 "웽웽!" 하며 시끄럽게 났다. 마우스로 '내컴퓨터'를 클릭했더니 'A(에이) 드라이브'가 나타났다. A드라이브를 클릭하자, 파일들이 주루룩 떴다. 그중 하나를 클릭했다. 아, 내용이 모두 온전하게 떴다. A드라이브 내용을 전부 C드라이브에 복사했다. 복사한 파일도 그중 한 개를 열어봤다. 복사가 잘 된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하여 나머지 4개 디스크도 옮기는 작업을 했다. 2번째 디스크에서 복사가 안 되는 파일이 한 개 나왔다. 5번째 디스크는 통째로 인식이 안 된다는 메시지가 여러 번 떴다. 복사가 안 되는 파일은 A드라이브에서 파일을 연 다음,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하여 옮길 수 있었다. 5번째 디스크는 여러 차례 열기를 시도했더니 마침내 파일 인식이 돼서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주역 해설을 담은 플로피디스크 내용을 모두 확인한 만큼 여기서 말하는 주역은 무엇인지, 그 선배가 쓴 내용 그대로 옮기면 아래와 같다.
주역(周易)
중국 상고(上古)시대에 복희씨(伏羲氏)가 8괘(八卦)를 그렸고 주(周) 나라의 문왕(文王)이 8괘(八卦)를 포개고 합쳐서 64괘(六十四卦)를 작성했다. 또한 주공(周公)이 6효(爻)에 상세한 설명을 붙였는데 이것을 효사(爻辭)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주나라 때에 완성되었다 해서 주역이라고 하며 주역은 유교(儒敎) 경서(經書) 중의 하나다.
주역의 심오(深奧)한 원리를 해석한 단전(彖傳) 상하 2권, 상전(象傳) 상하 2권, 계사전(繫辭傳) 상하 2권, 문언전(文言傳), 설괘전(說卦傳), 서괘전(序卦傳), 잡괘전(雜卦傳) 등 10권을 십익(十翼)이라고 하는데 이는 성인공자(聖人孔子)가 작제(作製)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주역은 사람이 살아가는 도(道), 천하국가(天下國家)를 다스리는 도(道) 등을 설(說)하고 밝힌 신성(神聖)한 경서로 모든 진리의 원천이 되어 왔다.
주역이 주나라시대부터 현대 중국에 이르기까지 제왕(帝王)의 학(學)으로 소중하게 다루어져온 것은 그 내용이 천지 자연의 이법(理法)에 맞고 개인에게는 보신술(保身術)도 되었기 때문이다.
주역(周易), 시경(詩經), 서경(書經), 예기(禮記), 춘추(春秋) 등을 오경(五經)이라고 한다. 이 오경은 중국 한(漢)나라에서부터 청(淸) 나라에 이르는 서기전(前) 2세기부터 19세기까지 2천 년간 그리스도 교국(敎國)의 ‘성서(聖書)’와 같은 권위를 갖고 있었다.
주역은 처세(處世)에 필요한 지혜로 가득 차 있으며 곤란한 일 때문에 생기는 화(禍)를 예견(豫見)하고 지혜롭게 피할 수가 있어서 다른 유교 경서로는 볼 수 없는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서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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