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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선 이색 투표소 논란

polplaza 2021. 4. 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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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를 비롯한 재보궐선거가 2021년 4월 7일 전국 21곳에서 실시됐다. 이날 언론에서는 이색 투표소가 화제가 됐다. 그동안 투표소는 관공서나 학교 등 공공기관에 설치됐는데, 이번 재보선에서는 갤러리, 주유소, 찜질방 건물 등 이색적인 민간시설이 투표소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측은 "투표소 선정의 우선 순위는 관공서를 비롯한 공공기관이지만 이번 선거는 평일에 치러져 공공기관의 섭외가 어려운 곳은 민간시설로 대체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선거 때 투표소로 민간시설을 이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평일에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시설도 영업을 하는 곳이므로, 장소를 구하는 조건은 동일한 것이다.

그동안 재보궐 선거가 한두번 있었던 것도 아니고,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의 정기적인 선거가 한두 번 치러진 것도 아니다. 선거 때마다 민간시설을 이용해왔다. 공공시설로는 투표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간시설의 경우, 주로 유휴시설이나 창고 등을 임대하여 투표소로 활용했다. 유권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한번 사용한 민간시설은 가능한 다음 선거 때도 그 시설을 임대해서 사용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언론이 '이색 투표소'라고 앞다퉈 보도할 정도로 파격적인 장소를 투표소로 선택했다. 일부 언론은 "서울시 선관위가 의도했던 안했던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했다"면서 "유권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추억거리를 제공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어쩌다 일부 유권자들에겐 추억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불편하고, 어색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종로구 자하문주유소에 마련된 투표소를 꼽을 수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임 모씨는 "평소 투표하던 곳으로 가다가 투표소 안내문을 보고 겨우 찾았다"면서 "주유소 한쪽 모퉁이에 투표소가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오전에 투표하러 갔을 때는 투표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혼자 투표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주유소 투표소/연합뉴스)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평소 주민들이 이용하던 투표소를 대거 '이색적인 장소'로 변경했다는 사실이다. 한두 곳도 아니고, 여러 곳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어떤 목적과 의도가 계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는다. 보도에 따르면, 총 3천459곳의 투표소 가운데 민간시설에 설치된 투표소는 572곳에 이른다. 물론 투표소로 임대한 민간시설이 전부 이색적인 장소는 아닐 것이다.

서울시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주유소를 비롯해, 썬팅업소, 자동차 대리점, 장난감 대여소, 웨딩홀, 헤어미용실습실, 배드민턴장, 초등학교 실내 운동장 등에 투표소를 설치했다. 사업장의 상호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젊은이들과 친숙한 곳이다. 70~80대 이상 노인들이 다니는 곳은 아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 대한 배려심이 없었다는 지적을 살만하다. 노인들은 대체로 보수 성향이 강한데, 이분들이 투표소를 찾기 어렵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색장소에 투표소를 설치한 서울시선관위의 의도가 의아스럽다는 시각을 낳는다. 

또한, 보도된 사진을 보면, 바닥에 파란색 바닥재가 깔려있는 투표소가 많다. 바닥재를 깔지 않아도 될뿐만 아니라, 굳이 깔아야 한다면 최소한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깔을 피했어야 했다. 파란색은 민주당의 상징색이다. 지난해 4.13 총선 때도 이런 현상을 드러낸 바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도 파란색 바닥재를 사용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상징색은 유권자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파란색 바닥재가 깔려 있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배드민턴장 투표소/국민일보)

 

선거운동은 즐겁고 재미있게 하되, 투표는 경건하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편리하고 평소 사용하던 장소에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선관위의 책무이다. 선거의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 재보선에서도 특정 정당의 상징색을 투표소에 바닥재로 까는 행위는 어떤 의도가 없었더라도 최소한 부주의한 것은 분명하다.

 

(파란색 바닥재가 깔려 있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 투표소/국민일보)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해주 상임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선관위는 그 중립성이 크게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선거 때마다 실질적으로도 중립성을 훼손하는 사례가 지적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드러나지 않게 암묵적으로 불공정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할 것이다.

 

(파란색 바닥재가 깔려 있는 서울 서대문구 한방찜질방 앞 투표소/국민일보)

 

 

 

(파란색 바닥재와 벽체가 설치된 서울 마포구 도화동 장난감대여점 투표소/국민일보)

 

 

 

(바닥재가 없는 서울 광진구 자동차대리점 투표소/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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