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정치마당/정치이야기

‘마사지’ 없는 ‘마사지센터’ 왜곡 보도사건.. 법정 소송은?

polplaza 2021. 5. 15. 20:53
반응형

[편집자주] 박근혜 정권의 탄핵에 단초가 된 2016년 9월 20일자 한겨레신문 보도와 관련하여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정동춘 전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이사장이 김의겸 전 기자를 비롯해 전·현직 한겨레신문 기자 15명을 상대로 총 2억4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 소송의 골자다. 한겨레신문은 정 전 이사장이 운영했던 운동기능회복센터를 마사지센터로, 정 씨를 마사지센터장으로 왜곡하여 보도함으로써, 그의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당시 ‘[단독]K스포츠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센터장’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 자리에 자신이 단골로 드나들던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을 앉혔다”는 요지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또 “지난 5월13일 새로 취임한 정동춘(55) 케이스포츠 재단 이사장은 그 직전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운동기능회복센터(CRC)’라는 이름으로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다”며 “정 이사장은 서울대학교 사범대 체육교육과 출신으로 <머리 마사지> <발을 자극하라, 허리가 좋아진다> 등 외국인이 쓴 스포츠마사지 책자를 번역한 이 분야 전문가다”라고 덧붙였다.

한겨레신문, "‘운동기능회복센터(CRC)’라는 이름으로 스포츠마사지센터 운영" 왜곡 보도... 은근히 불법 이미지까지 낙인 찍어

마치 정 이사장이 마사지, 스포츠마사지 전문가인 것양 호도한 것이다. 책을 번역했다고 해서 마사지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이나 시를 번역했다고 하여 소설가나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번역자는 번역가일 뿐인 것이다. 그럼에도 한겨레는 이 분야 전문가라고 단정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정 이사장을 마사지 전문가인것처럼 호도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한겨레신문은 "'운동기능회복센터(CRC)’라는 이름으로 스포츠마사지센터를 운영했다"고 보도함으로써, 마치 정 씨가 사업자 간판과 다르게 스포츠마사지 영업까지 불법으로 한 것처럼 독자들이 오인하도록 낙인 찍었다고 볼 수 있다. 한겨레신문 보도 이후, 정 이사장은 마사지센터장으로 도하언론에 보도됐다. 정 씨는 최서원과 '마사지'로 엮어져 부정적 인물로 여론의 몰매를 맞게 됐다. 이는 케이스포츠재단 운영이나 이사장 직책과는 별개로,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마사지업소의 사장으로 전락됐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그렇다할 것이다.

('최순실 단골 마사자센터 원장'으로 표기한 YTN 생중계 2016.12.15 캡처)


'최순실 단골 마사지센터 원장 출신'으로 '마사지' 프레임 씌운 언론 보도 잇따라

('최순실 단골 마사자센터 원장'으로 표기한 연합뉴스TV 2017.1.19. 캡처)


이 보도와 관련, 2016년 5월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정 씨는 2017년 1월 물러났다. 정 씨는 같은해 2월 한겨레신문 기자들을 대상으로 “마사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이미지를 내게 덧씌워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2020년 10월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로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 "스포츠마사지 표현은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의도" ... 원고 패소 판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김병철 부장판사)는 “마사지 또는 스포츠마사지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한 직업군 내지 서비스 산업의 한 종류를 지칭하고 있다”며 “마사지라는 어휘 선택만으로 대상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스포츠마사지라고 표현한 것은 독자들에게 복잡한 사실관계를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기사의 중요 부분이 진실과 합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마사지’ 또는 ‘스포츠마사지’라는 용어에 대해 일반인들이 통상적으로 느끼는 인식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이해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재판부는 ‘스포츠마사지라고 표현한 것은 독자들에게 복잡한 사실관계를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아주 선의’로 해석했으나, 정 씨가 운영한 운동기능회복센터는 마사지와 전혀 무관한 곳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정 씨와 운동기능회복센터는 '마사지'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

2017년 1월 9일 국회 청문회 때다. 바른정당의 이혜훈 의원의 질문이다.

이혜훈: 정동춘 증인은 CRC라는 이름의 마사지숍을 운영한 적이 있지요?
증인 정동춘: 마사지숍이 아닙니다.
이혜훈: 이름은 뭐라고 붙어 있든, 운동기능회복센터라고 되어 있든 어쨌든 마사지를 한 것으로 되어 있고……”
증인 정동춘: 마사지 안 했습니다.
이혜훈: 마사지숍에서 일했던 증인이 있는데도 사실이 아니에요?
증인 정동춘: 그 증인 데리고 오십시오.
이혜훈: 어쨌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위증이 아니다?
증인 정동춘: 대질시켜 주십시오.

국회청문회에서 '마사지숍'에서 일했던 증인도 있다고 유도질문하는 국회의원까지 등장

이처럼 마사지센터는 전국민에게 생중계되는 국회 청문회에서 ‘마사지숍’으로 둔갑했다. 이 의원은 마사지를 한 증인이 있는 것처럼 질문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날자 한 방송사는 “뻣뻣한 정동춘 마사지 안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내보냈다. 속된 표현으로, 마사지업소 사장이 마사지한 적이 없다고 거짓으로 우긴 것으로 묘사한 것이다.

마사지 자체가 없는데, 한겨레신문의 첫보도 이후 모든 언론과 국회의원까지 마사지 운운하며 허위사실을 마치 사실인양 독자와 국민을 호도했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마저도 “독자들에게 복잡한 사실관계를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의도”라고 한겨레신문을 감싸는 판결을 내렸다.

정 씨 변호인 측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입장이다.
재활을 위한 ‘마사지’ 조차도 없었던 곳을 마사지센터라고 지칭하거나 정 씨를 마사지센터장으로 명명한 것은 스포츠분야 박사학위자인 당사자에게 자격미달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궁극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부정적 여론을 확산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 씨가 마사지 업소를 운영했다거나, 마사지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다.

정동춘 씨, 박사 학위에 대학강사, 학술지에 숱한 논문 발표한 체육전문가

정 씨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박사이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강사 등 여러 대학에서 강사를 지냈으며, '근육인대질환과 운동치료' 등 학술지에 여러 논문을 발표했다. 이러한 그의 경력으로 볼 때, 마사지업소를 연상케 하는 마사지센터장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결국, 정 씨는 1심 재판에 불복하여 항소했다. 정 씨의 변호인 측은 ‘마사지’나 ‘스포츠마사지’는 정 씨의 업무와 전혀 무관한데도 한겨레신문이 사회 통념상 퇴폐업소를 연상케하는 부정적 이미지가 담긴 이 용어를 단정적으로 끌어다가 사용한 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6월 중 선고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따라서 반복할지, 이를 뒤집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