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신병훈련소에서 짱박아둔 돈, 어디로 갔을까.

polplaza 2021. 1. 3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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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훈련소의 훈련병 이야기다.

훈련병 김동수(가명)는 입대할 때 용돈을 두둑이 가지고 들어왔다. 훈련받으면서 맛있는 것을 사먹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훈련소에 입소해서 보니 돈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훈련병들의 생활은 엄격히 통제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돈은 어느 새 고민스런 존재로 다가왔다. 관물대에 넣어두자니 누군가 훔쳐갈 것 같고, 호주머니에 넣어다니자니 언제 분실할지 걱정스러웠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 한숨만 나왔다.

며칠 동안 고민 끝에 좋은 생각이 났다. 그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갖는 시간에 막사 밖을 두리번 거렸다. 막사에서 머지 않은 곳을 주시했다. 제법 큰 돌이 하나 보였다.

그는 그 쪽으로 슬그머니 다가가서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소위 '배추이파리'라 불리는 만원권 지폐였다. 그는 돌을 살짝 들어 그 아래에 돈을 숨겼다. 그리고선 막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연병장 모퉁이를 배회했다. 그곳에도 돈을 숨길만한 곳을 찾아 2~3군데에 묻었다. 분산해서 돈을 숨긴 것이다. 그러고 보면 김동수의 짱구는 상당히 돌아가는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훈련소 생활이 좀 되자 PX(군대 매점)에서 맛있는 것을 사먹을 수 있는 시간이 허용됐다. 그는 이 시간이 돌아오면 숨겨둔 돈을 조금씩 꺼내 썼다. 날마다 밤마다 누군가 그 돈을 가져갈 지 모른다는 생각에 돈을 찾으러 갈 때는 아주 조심스럽게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막사 옆에 숨겨둔 돈을 다쓰게 되자 그는 연병장 모퉁이에 숨겨둔 돈이 필요했다. 야음을 틈타 혼자서 내무반을 살짝 빠져나와 숨겨둔 돈을 찾으러 갔다.  

그 때, 누군가가 "야, 너 누구야?"하고 소리쳤다. 순찰을 나온 주번사관이었다.

"예! 아무일도 아닙니다."

"혼자서 밖에서 배회하는 게 수상하구나. 행정실로 따라왓!"

"예, 훈병 김동수, 알겠습니다."

김동수는 행정실로 들어가면서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숨겨둔 돈을 찾으러 나왔다고 말할 입장이 아니었다. 주번사관에게 이실직고를 할 수 없었던 그는 당황한 나머지 "오줌누러 나왔다"고 둘러댔다.

주번사관은 "야, 이놈아. 화장실은 막사 뒤에 있지, 연병장에 화장실이 있느냐?"라며 "너, 군기 교육대에 가고싶냐?"고 화를 벌컥냈다.


"원산폭격 실시! 훈병놈이 밤에 멋대로 싸돌아 다녀?"

김동수는 이날 사건 이후 돈을 찾으러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또 걸리면 영창을 보낼 것이라는 주번 사관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까운 내돈' 했지만 하루, 이틀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뜨자 온통 눈세상이었다. 밤새 눈이 엄청나게 쏟아진 것이다.

아침 점호가 끝나자마자 빗자루와 넉가래, 들것을 들고 연병장에 집합했다. 동수는 연병장 모퉁이에 숨겨둔 돈부터 찾아야 할 것이라며 온신경을 거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동수는 훈련소 밖의 도로 제설작업조로 편성돼버렸다.

오후 늦게까지 도로제설작업을 하고 막사로 돌아온 동수가 가장 먼저 바라본 곳은 연병장 모퉁이였다. 연병장에서 쓸어낸 눈이 흙과 섞여 연병장 바깥에 산더미 처럼 쌓여있었다.

'저 속에 내 돈이 파묻혀 있어야 할텐데. 눈이 녹으면 찾으러 가야지.'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수는 퇴소하는 날까지 그 돈을 찾지 못했다. 눈을 치우면서 누군가 가져갔든지, 아니면 눈덩이 속에 묻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출처: 행군의 아침 블로그. 2006.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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