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정치마당

이재명 '폭로'한 박철민 VS 박철민 '고소'한 이준석

polplaza 2021. 10. 21. 22:39
반응형

[편집자주] 2021년 10월 18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조폭들과 공생하면서 20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면책특권 안에 숨지말고 기자회견을 하든가, 계좌를 달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현재로선 일방의 주장만 있고, 명백한 증거가 없어 이 공방전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선을 앞두고, 폭발력이 큰 사안과 관련된 사람들을 알아본다.

태풍의 중심에 선 인물은 성남지역 조폭단체인 국제마피아파에서 자칭 행동대장급으로 활동한 박철민 씨이다.
박 씨는 장영하 변호사를 통해 김용판 의원에게 관련 자료를 제보한 인물로 밝혀졌다. 관련 자료는 같은당 소속 김도읍 의원도 제공받았다고 한다. 박 씨는 자신의 제보가 명백한 사실이라며 이를 보증하기 위해 얼굴 사진까지 공개했다.

박 씨가 쓴 사실확인서, 경찰이 쓴 확인서, 검찰이 쓴 의견서, 박 씨의 SNS 계정,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박 씨는 성남지역 조폭단체인 국제마피아파에서 12년간 핵심조직원으로 활동한 조폭 출신이다. 나이는 1990년 2월 생으로 올해 31세. 부친은 성남에서 시의원 3회(1,2,3대)와 시의회 부의장을 지냈으며, 18대 총선에 '친박연대' 후보로 성남 수정구에 출마한 박승용 씨로 알려졌다.

박 씨는 2021년 10월 9일 자신이 쓴 '사실확인서'에서 "저는 일찍 깨우쳐서 2017년경 국제파 탈퇴를 하였고, 50명의 조직원 모두 제보하고 일망타진하는데 협조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박 씨는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2005년 경 국제마피아파 조직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만15세 중학생 신분으로 조폭 단체에 들어간 셈이다. 10여년간 몸담았던 조직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국제마피아파 선배, 동료, 후배 조직원들로부터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 신변에 위협을 감수하면서도 범죄조직에 다시는 발을 들여놓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폭력1팀 1과(이하 '광수대')의 확인서에 따르면, 광수대는 2016년 2월경 성남에서 활동 중인 조직폭력단체인 국제마피아파와 신종합시장파의 단체 활동죄, 개별 범죄, 불법도박사이트 등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조직에서 탈퇴한 박씨로부터 국제마피아파 탈퇴 경위와 조직원들의 범행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박 씨는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다며 자신의 범행 사실도 밝히고 반성했다.

광수대는 2017년 5월 작성한 '수사협조 확인서'에서 "국제마피아파 조직원들에 대한 범행사실에 대해 피고인 박철민의 결정적인 제보가 있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조직원들에 대한 범행사실을 추가적으로 인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철민 씨와 이준석 씨(왼쪽부터))


박 씨의 법률대리인 장영하 변호사에 따르면, 박 씨는 2016년 6월 구속돼 2017년 12월 24일 석방됐다고 한다. 장 변호사는 2021년 9월부터 박 씨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파문을 일으킨 돈다발 사진을 포함해 박 씨가 '박정우'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돈다발 사진은 2018년 11월 2건, 2019년 1월 1건 등 모두 3건이다. 문제의 돈 사진은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에게 받아 이재명 지사측에 전달하기 전에 찍은 사진이라며, 페이스북에 공개한 이유는 과시욕과 허세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기간 중 이준석 씨는 박 씨에게도 2억원을 줬는데, 박 씨는 골드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으나 사기를 당해 망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가 박 씨에게 돈 심부름을 맡기고, 2억원을 따로 박 씨에게 챙겨줄 정도였다면, 두 사람 관계가 돈독함을 엿볼 수 있다.

이준석 씨는 2017년 12월 인터넷 국제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묘하게도 박 씨는 같은해 12월 출소되고, 이 씨는 구속된 것이다.
박 씨가 이재명 지사 측에 돈을 전달하기 전에 돈 뭉치를 꺼내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주장하는 기간에 이 전 대표는 서울 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1심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이 씨는 2021년 10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앞서 이 전 대표는 2021년 3월경 KBS방송에 '검찰이 유력 정치인의 비위 사실을 털어놓으라며 별건 수사, 과잉 수사로 압박한다'는 요지의 내용을 제보했다.

KBS는 2021년 9월 7일 [단독]을 붙여 "검찰이 부당한 압박 수사를 진행했고, 검찰이 요구한 '특정 목적'에 협조하지 않자 피의자 본인과 가족 등을 상대로 먼지털이식 수사·기소를 했다는 의혹"이라며 "검찰이 겨냥했다는 표적은 현 여권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였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표적’ 수사 의혹…“별건 수사로 압박”이라는 타이틀로 검찰을 겨냥한 보도였다.

KBS는 "취재진은 지난 3월부터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 사업가와 지속적인 소통을 했다. 그는 한때 경기도 성남에서 8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사업체를 운영했던 사업가였다"며 "현재는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는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그는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다"라고 소개했다.
KBS는 이 내용을 2차례에 걸쳐 비중있게 보도했다. 보도의 요지는 " 잘나가던 사업가, 검찰의 표적이 되다?" ""국제마피아파? 사실무근...감찰 적극 응하겠다" 등의 소제목을 달아 검찰을 비판하고 이 전 대표 측을 대변하는 논조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2021년 10월 7일 "'이재명 표적 수사 의혹’을 제기한 이모(40)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가 “전자발찌라도 찰 테니 보석을 허가해달라”며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1심에서 7년의 중형을 받았고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해왔기 때문에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 이 씨는 현재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영하 변호사는 이준석 씨와 박철민 씨의 관계에 대해 "국감장에서 불거지기 전에는 서로 제보하자, 털어놓자 그런 것을 추진하는 과정이었다"며 "서로 신뢰하는 사이였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준석 씨가 이번 국감장에서 뇌물 수수의혹을 폭로한 김용판 의원을 비롯해 장영하 변호사와 박 씨를 고소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후, 박 씨는 "아, 이 사람이 배신했구나"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장 변호사는 "두 사람 사이가 갈라질지, 아닐지는 봐야겠지만 박철민 씨가 큰 충격이 받았다"고 전했다.


(2021.10.20 기자회견하는 장영하 변호사)


그는 "이 씨가 최근 석방됐다고 하는데, 언론에 보도된지 불과 3일 만에 고소하고, 언론에 보도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를 취한 것을 보면 자의인지는 모르지만, 사주를 받은 것인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 측은 10월 19일 고소대리인 서상호 변호사를 통해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장영하 변호사, 박철민 씨를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 장 변호사와 박 씨에 대해서는 추가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 전 대표 측이 법적 대응을 통해 적극적으로 박 씨의 주장을 부인한 것이다.

시간적으로 보면,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10월 7일 보석신청을 하고 석방되기 전까지, 4년 가까이 구속 상태였다. KBS 방송을 통해 ‘이재명 표적’ 수사 의혹 보도가 나갔지만, 이재명 지사 측의 반응이 없는데 대해 반감을 가졌을 수 있다. 이에 자신을 잘 따르는 박철민의 설득에 호응했을 수 있다. 그러나, 10월 7일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져 석방되고 보니, 마음이 달라졌을 수 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10월 10일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장영하 변호사가 공개한 박 씨의 확인서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7일 KBS방송이 나간 후부터 10월 보석으로 풀려나기 전까지 이 전 대표는 박 씨의 폭로에 동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 씨는 이 전 대표에 대해 개인적으로 호평하면서,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입장에 동의하는 것처럼 밝혔기 때문이다.

장 변호사가 박철민 씨의 법률대리인을 처음 맡게 된 시점2021년 9월 10일쯤으로 알려졌다. 1심 판결 선고를 앞둔 시점이었다. 박 씨는 사기, 마약 등의 혐의로 2019년부터 다시 구속돼 있었다. 그는 수감생활 중 동료재소자를 속여 거액의 돈을 받는 등 변호사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돼 지난 9월 29일 1심에서 4년 6월형을 선고받았다.

박 씨는 구치소로 찾아간 장 변호사에게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내용을 제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장 변호사는 약 한달 동안 박 씨를 수차 접견하면서 박 씨의 제보 자료와 확인서, 돈 뭉치 사진 등을 전달받았다. 적절한 시기에 터트릴 예정이었는데,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를 준비 중이던 김용판 의원실에서 연락이 와 자료를 넘겨줬다.

국감장에서 터진 박 씨의 폭로는 이준석 씨가 석방된 이후에 나왔다.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준비 중인 이 씨측에서는 대선판도를 건드리는 '정치적 모험'에 동조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장영하 변호사의 추론 처럼, 이 씨 본인의 의사인지 또는 주변의 사주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시점상으로 묘하게 상황이 변한 것만은 사실이다.

한편으로 구속 상태에 있는 박철민 씨가 이재명 지사 측에 돈뭉치를 전달했다는 주장이 '공적팔이(형량을 줄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범죄를 제보함)'로 꾸며낸 것인지, 아니면 진실인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점과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이준석 씨가 명예훼손으로 박 씨 등 3명을 고소한만큼 앞으로 법적 수사를 통해 진실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ㅡㄹ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확인서_1/ 자료: 장영하 변호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확인서_2/ 자료: 장영하 변호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확인서_3/ 자료: 장영하 변호사)

(수원지방경찰청 의견서/ 자료: 장영하 변호사)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