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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적' 시인 김지하, 별세

polplaza 2022. 5. 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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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본명 김영일) 시인이 2022년 5월 8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김지하 시인은 최근 1년여 동안 투병생활을 해오다 이날 오후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고인은 '오적', '타는 목마름으로' 등의 작품으로 한국 문단과 학생 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항거하다 투옥되는 등 각종 고초를 겪었으나, 말년에 그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굴곡의 역사와 화해'를 이뤘다.

1941년 전남 폭포에서 태어난 그는 시인이면서 사회운동가이자 혁명가였다.

(김지하 시인 생전 모습/ 유튜브 캡처)


1966년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64년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에 참여해 옥고를 치뤘다. 1970년 '사상계'에 발표한 '오적(五賊)'의 여파로 필화를 겪었다. 오적은 군사정권에서 부정부패를 일삼던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일제 치하의 을사오적와 같은 오적으로 지칭하면서 이들의 부패상을 담시(譚詩) 형식으로 풍자하여 통렬히 비판한 독창적인 시이다.


1974년 민청학련사건의 배후 조종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1980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시집 '타는 목마름으로'는 1975년 발표됐다. 유신시대에 좌절한 고인은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를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갈망을 보여주었다. 시는 제1부 황토 이후, 제2부 황토, 제3부 황토 이전, 제4부 산문 등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980년을 전후하여 민중사상에 독자 해석을 부여하여 '생명사상'을 주창했다. 1990년에는 '한살림모임'을 주도하여 생명사상 확대와 실천을 모색했다. 1991년 이른바 조선일보 '죽음의 굿판' 필화사건으로 진보진영과 멀어지는 계기가 됐다. 1997년에는 장기표 선생이 창립한 신문명정책연구원에 고문으로 합류했다. 1998년 신인간 운동과 '율러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율려학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2012년 대선 때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독재에 항거했고, 그 대가로 장기간 옥살이를 했던 고인이 박 후보를 지지한 것은 뜻밖이었다. 독재정권과 싸워온 민주화운동 인사들과 거리가 멀어지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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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선생을 굉장히 미워했다"고 말하는 고 김지하 시인/ 유튜브 캡처)


김 시인은 2012년 12월 13일 강원도 원주로 박경리토지문화관을 방문한 박근혜 후보를 만났다. 그는 박 후보에게 "아시다시피 내가 박정희 선생을 굉장히 미워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참선 불교로 꼭 100일이 됐는데, 작고 소식이 방송에 나오니까 내가 막 울었다. 그 뒤로 내가 박정희 씨 욕을 안했다. 지독한 욕을(그 전까지 했었는데 그 이후로 안했다)"라고 털어놨다. 김 시인은 참선 불교를 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을 용서하게 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선후보와 대화 나누는 김지하 시인/ 2012.12.13.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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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게 된 것은 아내인 김영주(소설가 박경리의 딸) 박경리토지문화관장의 역할이 컸다. 김 시인은 '아내가 박근혜를 지지하라'고 해서 지지하게 됐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여자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여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노년기에 보여준 인생 철학이었던 것 같다.

시집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애린, 별밭을 우러르며, 이 가문 날의 비구름, 중심의 괴로움, 황토, 오적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 밥, 남녘땅 뱃노래, 살림, 옹치격, 생명, 생명과 자치, 사상기행, 예감에 가득찬 숲 그늘, 옛 가야에서 보내는 겨울편지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1일이며, 장지는 부인이 묻힌 원주 흥업면 선영이다. 소설가 박경리의 외동딸인 고인의 아내 김영주 관장은 2019년 세상을 떠났다. 유족으로 김원보 작가,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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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지하(金芝河) 시인 프로필

1941년 2월 4일 전남 목포 출생

학력
1966년 서울대 미학과 졸업
1993년 서강대 문학 명예박사

경력
1997년 신문명정책연구원 고문
1998년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
1999년 민족정신회복시민운동연합 임시대표
2003년 세계생명문화포럼 경기 2003 공동추진위원장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좌교수
2005년~ 영남대학교 교양학부 석좌교수
2006년~ 명지대학교 교양학부 석좌교수
2007년~ 동국대학교 생태환경연구센터 석좌교수
생명과 평화의 길 이사장
2008년~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석좌교수
2013년~ 건국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

수상
1975년 아시아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
1981년 국민시인회 위대한 시인상,부르노 크라이스키상
1993년 제5회 이상문학상
2002년 제14회 정지용 문학상
2002년 제17회 만해문학상
2002년 제10회 대산문학상
2003회 제11회 공초문학상
2005년 제10회 시와 시학상 작품상
2006년 제10회 만해대상
2011년 제2회 민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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