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캐릭터 전문 전시회 2개가 동시에 열렸다. 서울캐릭터쇼와 대한민국캐릭터페어가 그것이다. 2002년 8월 13일 오전 서울무역전시장과 코엑스에서 각각 개막식을 개최했다. 서울캐릭터쇼는 한국캐릭터협회가 주최하는 민간 주도 행사이고, 대한민국캐릭터페어는 문화부와 산자부가 공동 주최하는 관 주도 행사였다.
2개의 행사가 동시에 개최된 배경은 민간 주도냐, 관 주도냐는 인식의 차이였다. 한국캐릭터협회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문화부는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관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또 하나 미묘한 문제는 캐릭터협회가 산자부 산하 단체라는 사실이었다. 문화부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의 주무부처로서 캐릭터 전시회도 문화부가 관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고했다.
문화부는 2002년 연초부터 산자부에 전시회 통합 개최를 요청했고, 산자부는 부처 간 갈등을 피하기 위해 통합행사에 합의했다. 사실상 문화부 주도의 캐릭터 전시회 개최에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산하 민간단체인 캐릭터협회에 대하여 통합행사에 참가할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정부가 민간단체에게 강제할 사안이 아니었다. 대신, 2002년 서울캐릭터쇼 개최를 염두에 두고 편성했던 산자부 예산 1억 원은 통합행사에 투입됐다.
따라서 산자부와 문화부가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캐릭터페어는 문화부 예산 3억 원을 포함해 국민 세금 4억 원이 지원됐다. 반면, 민간 주도로 진행된 서울캐릭터쇼는 1원도 지원받지 못했다. 엄밀히 따진다면, 민간 주도 행사에 4억 원을 지원하고, 관 주도의 행사는 취소하는 것이 마땅했다. 민간이 역량이 된다면 키워주어야지, 정부가 민간 자생력의 싹을 자르고 생색내기를 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서울시 SBA(서울산업통상진흥원)가 서울캐릭터쇼에 참가한 영세 캐릭터·애니메이션 업체들의 부스비로 8백만 원을 지원했다.
8월 전시회가 개최되기 직전까지 캐릭터협회는 문화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을 잇달아 방문해 양대 행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간 주도의 행사로 통합할 것을 제안했다. 문화부와 콘텐츠진흥원은 이미 행사 계획이 공고된 상태여서 취소할 수 없다고 했다. 캐릭터협회는 양대 전시회 개최가 불가피하다면, 서울 COEX(코엑스)와 학여울역 SETEC(서울무역전시장) 사이에 관람객을 위한 셔틀버스를 운영할 것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안했다. 최영호 한국콘텐츠진흥원 본부장은 "전시회 기간 동안 셔틀버스 운영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시회가 개막된 후, 셔틀버스는 운영되지 않았다. 협회 측이 항의했지만, 전시 기간 내내 이행되지 않았다.
두 개의 전시회가 동시에 개최되자, 문화부 주최 대한민국캐릭터페어 전시가 열린 코엑스에 VIP로 참관했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 중 일부는 민간 협회가 주최한 서울캐릭터쇼 전시장까지 와서 관람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협회 측은 서울캐릭터쇼 전시장을 방문한 신성일 김성호 정범구 의원 등 문광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2개의 전시회가 동시에 열린 배경을 설명하고 국회 차원에서 시정하는데 협조해줄 것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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