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단식투쟁하기로 했나?"

polplaza 2022. 7. 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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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목) 점심 무렵이다.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컴퓨터로 엑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카톡과 연계해서 자료를 주고받으면 빨리 마칠 수 있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카톡을 열 수가 없었다. 얼마전 다음(DAUM) 메일을 '이중보안'으로 설정을 변경했더니 카톡 인증을 받는데 추가 절차가 생겼다. 은행계좌로 입금된 내역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다. 공인인증서가 없어서 이곳 사무실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메일을 사용하기로 하고, 자료 정리를 서둘렀다.

작은 공간을 혼자 사용하는 선생님이 방에서 나오셨다. 선생님이 내게 말을 부쳐왔다. 
"송 총무, 밥먹으러 안가나?"하고 물었다.
컴퓨터에 집중하다가 선생님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선생님은 내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밥 안먹고 단식투쟁하기로 했나?"하고 물었다. 그러면서 웃고 계셨다.
나는 컴퓨터 작업을 잠시 멈추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선생님은 내가 무슨 대답을 할지 기다리시는 듯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답'이 머리속에 떠오른 상태였다. 좀 웃음이 나왔지만 겨우 참으면서 말을 꺼냈다.
"선생님이 식사하시기 전까지 단식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웃음이 나왔다. '단식'하냐고 농을 던진 선생님에게 '농'으로 응수한 것이다. 선생님도 흐뭇해하며 웃었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하고 선생님이 물었다.
"양평해장국이나 콩국수집 둘 중에 하나로 추천합니다."
"그래, 그럼 양평해장국으로 가지~."
그 때, 사무실에 같이 계시는 구 총장이 "차라리 부페로 가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부페를 추천했다.
사무실 인근에 6,500원짜비 부페인데, 가격 대비 음식 종류도 많고 깔끔하고 가성비가 높은 식당으로 알려진 곳이다. 사무실에서 여러번 갔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물론 선생님도 거기 간 적이 있다.
"부페도 좋지, 부페로 갑시다!" 선생님이 부페에 찬성했다. 나도 반대할 이유가 없어 부페로 점심식사를 가기로 했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발길이 주춤했다. 사무실에 들어와서 우산을 챙겨서 갈것인지, 부페를 포기하고 가까운 곳에서 아무거나 먹을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할 순간이었다.
"비도 오고 하니까 멀리가지 말고 저기 앞 건물에 가서 먹읍시다!" 선생님이 제안했다. 
구 총장이 "뭘 드실까요?"라고 물었다.
"국수집 어때요?" 하고 선생님이 제안했다.
"좋습니다." 구 총장이 대답했다. 두분이 식당과 음식 종류를 결정했다. 나는 또 따르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콩국수는 아니지만 국수를 먹게 됐다. 이 국수집은 바지락칼국수, 매생이 칼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다. 몇번 가서 맛은 검증된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선생님과 구 총장은 바지락칼국수를 주문했다.
나는 처음으로 들깨 칼국수를 시켰다. 그동안 매생이 칼국수와 바지락 칼국수를 먹어본 적이 있어서 새로운 메뉴를 선택한 것이다. 칼국수가 나오기 전에 고추장과 김치를 얹은 보리밥이 나왔는데, 나는 한쪽으로 제쳐 두었다.

구 총장이 "왜 안먹냐?"고 해서 "보리밥을 먹으면 칼국수를 다 못먹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나하고 생각이 똑 같네. 나도 보리밥 먹으면 국수 못먹을 것 같아 안먹는다"고 했다. 들깨 칼국수 맛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먹을만했다. 내가 먹을만하다고 하면, 추천해도 될 음식이다. 3사람은 보리밥 2공기는 남겼지만, 주 메뉴인 칼국수의 그릇은 깨끗하게 비웠다. 선생님은 "이런 국물은 몸에 좋다. 남기면 안된다"면서 마지막 한방울조차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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