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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동국대 최고위 과정 강의 요지

polplaza 2022. 12. 1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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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가 2022년 12월 13일(화) 동국대학교 사회과학관 M308호에서 '미중 대결,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한반도'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신문명정치아카데미 최고위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강의였다. 국제정치에 대한 이론과 현실을 두루 직시하면서, 세계 최강 미국과 신흥 강대국 중국의 대결 양상,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의 미래를 짚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강의 내용은 ▲한국의 지정학적 딜레마 ▲미·중관계의 변화 -> 포용에서 대결로 ▲우크라이나 전쟁 ▲한국의 외교전략 순으로 이뤄졌다. 아래 내용은 윤 교수의 강의 내용을 적은 것으로, 실제 발언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 아 래 -

세계 역사에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딪혀왔다. 19세기 해양세력인 영국과 대륙세력인 러시아가 대결했다. 역사적으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은 끊임없이 경쟁했다. 1894~1895년 조선을 놓고 청나라과 일본이 전쟁을 벌였다. 1905년에는 일본과 러시아가 전쟁을 했다. 양대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1905년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했다. 1910년(한일합방)부터 1945년까지 일제 치하에서 조상들이 고생했다.

1945년 해방이 됐으나 복잡한 시기였다. 1944년말쯤 2차 세계대전은 사실상 끝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태평양에서 '카미카제 특공대'를 조직해 끈질기게 싸우자 미국은 소련의 스탈린에게 참전을 요청했다. 스탈린은 노회한 정치가로 순순히 응하지 않았다. 1945년 8월 초 미국이 원자탄 개발에 성공했다. 8월 6일 대규모 산업도시이면서 군사적으로 중요 거점이었던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이어 8월 9일 전쟁물자를 생산하는, 일본 본토 남쪽에 있는 가장 큰 항구도시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터트렸다. 원자폭탄으로 일본의 패전이 확실시되자, 스탈린은 8월 8일 대일 선전포고를 했다. 소련군은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왔다. 속도가 너무 빨라 그냥 놔두면 한반도 전체가 소련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미국은 급히 '38선'을 제안했다. 소련이 수용했다. 이때 만들어진 남북 분단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일본은 패전했지만 벌을 받지 않았다. 한국은 분단에 이어 6.25 전쟁까지 터져 피해를 입었다. 김일성이 '혁명전쟁'하겠다고 소련과 중국을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으나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1950년초 소련과 중국은 김일성의 남침을 허용했다. 미군과 UN군의 참전으로 압록강까지 밀리는 전세 역전 상황이 됐다. 이때 중공군의 참전은 모택동의 결단이었다. 참모들은 내전도 복잡하다며 반대했으나, 마오쩌뚱은 "미군과 국경을 마주할 수 없다"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참전을 결행했다. 6.25 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은 적국이 됐다. 전쟁 후 냉전 시기에 적대국으로 대립했다.

(강의하는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그런데, 1970년초 닉슨 대통령과 키신저가 새로운 대중국 전략을 펼쳤다.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다. 중국을 이용해 소련을 견제하겠다는 포석이었다. 베트남 전쟁을 해결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도 있었던 만큼 미국은 중국의 협조가 필요했다. 한편으로 중국을 민주국가로 만들면 보편적인 국제 질서를 준수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이게 중국에게는 절호의 찬스가 됐다. 안보 위협이 사라져 경제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제는 경제다'라고 외친 지도자가 등소평이다.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그는 온통 중국의 경제발전에 매진했다. 매년 10% 이상 성장을 30년 동안 해냈다. 엄청난 성과였다. 세계의 권력 지도가 바뀌었다. 중국의 힘이 엄청 커졌다. 미국과 경쟁하는 상황이 왔다. 닉슨과 키신저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등소평은 경제에 집중하면서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내걸었다. '빛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말이다. 등소평의 후임이었던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그의 말을 따랐다. 하지만, 시진핑은 달랐다. 시진핑은 '분발유위(奮發有爲)'를 기치로 내걸었다. '떨치고 일어나라'는 것이다. '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한다' 뜻이다. 중국의 경제력에 걸맞은 목소리를 국제무대에서 내야겠다는 것이 시진핑의 입장이다.

중국은 1990년 GDP가 미국의 6%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70%까지 따라잡았다. 앞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미국 월가에서는 미국의 시대는 갔다, 중국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 나왔다. 중국이 1조 3천억 달러의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제정치에서 큰 분기점이 된 시기였다. 미국은 1929년 대공항 이후 케인즈 이론을 도입해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세금을 거둬 소득 재배분을 통해 복지정책을 시행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스테그플레이션 등으로 케인즈 이론이 한계에 봉착하자, 1970년대 말 1980년대에 신자유주의가 등장했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했다. 국가는 최대한 빠지고 민간에게 맡겨라는 주의이다. 신자유주의를 도입한 지 30여 년이 흐른 결과, 미국의 소득분배 지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실업자를 구제하고 직업을 재배분하는데 힘써야 했지만, 민주, 공화 양당정부 모두 몰랐다.

소득 재분배에 실패한 결과, 미국내 분노자가 많아졌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2017~2021)이다. 트럼프는 소외계층의 분노를 이용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자신을 지지하는 계층만 바라보는 정치를 했다. 분열의 정치였다. 그는 미국의 국제적 리더 역할을 포기했다. 미국을 우선시하고, 동맹국을 경시했다. 경제 이익을 챙기는데 몰두했다. 트럼프는 푸틴 등 권위주의 지도자들과 오히려 더 친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기존의 골목대장이다. 중국은 신참 골목대장이다. 팽팽한 대결을 한다. 긴장관계다. 이 긴장 관계를 외교를 통해 풀어야 한다. 1871년 독일이 통일되면서 급성장했다. 영국에 도전할 정도로 국력이 커졌다. 영국, 프랑스 , 러시아 등이 경계했다. 비스마르크는 저자세 외교를 벌여 이 난국을 벗어나려 했다. 뒤에 젊은 황제가 등극해 독일 국력을 과시하겠다며 해군력을 키우겠다고 선포했다. 황제는 비스마르크를 해임했다. 이 상황에서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가 똘똘 뭉쳤다. 독일은 오스트리아와 한편이 됐다. 1차세계대전의 단초가 됐다.

미국의 한 학자가 역사적으로 기존의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이 대결한 16번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평화적 해결은 4번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학자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일 확률이 75%, 평화적 해결 확률이 25%라는 소리이다.

(최고위 과정 수업 모습)


2021년 출범한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국제 리더십 회복을 추구하고 나섰다. 민주주의, 동맹, 다자주의, 중산층 등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개혁을 통한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 제재를 주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수많은 동맹국 중 성공한 우수 국가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트럼프와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산 340억 불 상당의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때렸다. 2018년도이다.

중국은 지역 패권국가가 목표이다. 서태평양 진출(남, 동중국해), 유라시아 통합(일대일로) 등을 노린다. 그럴려면 미국을 몰아내야 한다. 일본은 미국과 밀착돼 있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관계이지만, 중국의 경제권 안으로 들어와 있다고 본다. 한국의 대중 무역규모가 대일, 대미 무역을 합친 것보다 크다.

미국 국방부가 대만에서 미·중 충돌 시 전쟁 시물레이션을 해봤더니 중국이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번을 했는데 모두 중국이 승리했다고 한다. 중국이 대만에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매우 유리하다는 것이다.(시뮬레이션은 시뮬레이션에 불과하지만, 경계는 해야 할 듯하다).

중국 시진핑은 중국몽(中國夢)의 핵심 목표가 임기내 대만 통일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적 애매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폐기한 듯하다. 미국 하원의장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했다. 중국은 대만 포위 군사훈련으로 대응했다. 내년( 2023년) 초 공화당 출신의 하원 의장이 취임하면 또 대만을 방문할 것으로 보여 긴장 상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 기술측면에서도 경쟁 중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강력 견제했는데, 기술전쟁인 셈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를 향해 제발 미국에 투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가 타격을 받으면 미국의 경제와 대중국 전략에 큰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중국에 첨단기술이 못 들어가게 압박 중이다. 칩4동맹(미국, 한국, 일본, 대만)을 결성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은 '중국제조2025'를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로봇, 해양플랜트, 바이오 등 10개 분야를 중요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미중 경쟁으로 인해 한국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중국은 '지역패권주의'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한반도 전체를 자국의 영향권에 두려하고 있다. 미국은 대중국 전선에서 한국을 더욱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의 안보위협으로 미국과의 한미동맹이 필수다. 중국과는 깊은 경제관계에 빠져 있다. 군사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은 대미, 대중 외교전략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질문 답변하는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러시아 제국 부활'이라는 야심에서 비롯됐다. 푸틴은 2005년부터 '러이사 영광'이라는 꿈을 키워왔다. 앞서 조지아(2008년), 크리미아(2014년) 침공도 같은 맥락이다. 이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은 동구권에 확산된 민주주의이다. 자신의 독재정치가 불안해진 것이다. 일부에서 '나토의 동진'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위험하다. 2차 대전 발발 전 일본이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하면서 아시아 주변국 등을 침략한 것을 정당한 것으로 합리화시켜주는 논리가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와 서방기업 철수 등으로 국내생산이 거의 중단되고 재정이 파탄되는 상황을 맞았다. FT는 러시아가 2022년도에 마이너스(-) 10%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220730). 

"한반도에서 강대국들의 전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상호 왕래로 구심점이 강화되면 남북 통일 가능할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용납하면, '양육강식'의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약소국들은 더 큰 위협을 느껴 군비경쟁에 나설 것이다.

이런 국제 정세에서 한국은 어떤 외교전략을 구사해야 하는가.
중, 러, 일에 둘러싸인 분단된 한국은 미국 입장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북한의 안보 위협은 현실이다. 냉철한 현실에 뿌리내려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직시하고,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 확장을 억지해야 한다. 

과거 청일전쟁, 러일전쟁, 6.25 전쟁이 한반도에서 벌어졌다. 한반도에서 대국들의 군사행동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하나는 북한 문제다. 대립과 긴장관계가 아니라 소통과 왕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호 왕래로 구심력이 강화되면 통일이 가능하다고 본다.

한국인에게 민주주의는 산소같은  존재이다. 민주주의가 위협받으면 매우 어려워진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잘 발전되도록 외교를 선택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 걸맞게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과 유대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질문 답변 중에서]

중국의 등소평은 인민들이 잘 먹고 잘 살도록 하자며 경제에 집중했다. 반면 북한은 스스로 경제를 포기하고 핵무기를 선택했다. 북한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북한 내부 역할이 달라졌다. 식량보급체계가 무너졌다. 최고지도자가 절대권력을 가졌다. 그러나 시장경제, 개방경제, 교역 증가로 북한 내부에 신흥 부르조아 계급이 생겨났다. 경제권력이 수령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고 있다고 본다.

북한은 올해 9월 2주에 걸쳐 전술핵운용부대를 운영했다. 원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했다. 모든 남쪽 기지를 초전 박살 내겠다는 것이다.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도 때리겠다고 한다. 매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평화교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북한의 최대 목표는 핵보유국 인정 받으면서 북·미 수교 달성
한국과 미국은 둘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고 요구

북한의 최대 목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서 미국과 수교를 체결하는 일이다. 미국과 수교를 통해 경제 교류와 발전을 원한다.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되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둘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는 입장이다. 북한은 미국도 상응한 조치를 해달라, 한국에서 핵우산을 해체하라, 미군은 한반도에서 철수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우리가 받을 수 없다. 북미, 남북관계의 딜레마이다.

평화적 통일, 흡수통일이 갖고 있는 어려움은 대단히 크다. 북한체제가 붕괴하는 것인데, 전쟁이 아니더라도 상당한 인명피해가 날 수 있다. 흡수통일 후, 북한체제를 남쪽과 통합하는데도 지난한 어려움이 있다. 이념적, 심리적, 사회문화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걸 대비해야 한다. 지방자치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지방정부에 많은 권한을 줘서 행정을 잘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일 통일도 흡수통일이었는데, '든든한 지방자치정부'가 큰 역할을 했다. 지방자치제로 통일을 준비했다. 

중국의 속내는 그 자체로 볼 것이 아니라 전략 차원에서 봐야 한다. 모택동이 한국전쟁에 참전을 결정했다.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미국 세력이 들어오면 완충지대가 없어진다고 판단했다. 이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마오의 입장이었다. 한국전 개입은 미국과 경쟁 때문이었다. 중국이 북한에 식량지원, 가스 지원 등 경제지원을 하면서 UN 제재 결의를 강하게 이행하지 않는 이유는 완충지대이자 방파제 격인 북한체제가 흔들려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국의 속내이다. 이런 인식은 1950년부터 지금까지, 시진핑의 머릿속에도 가득 차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동맹은 냉전의 유산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다는 말이 있다. 외교 무대에서는 아주 나이브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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