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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형제·자매들에게(시, 이병철)

polplaza 2021. 3. 1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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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이 시는 지난 1970, 80년대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이병철(72) 시인이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반대하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미얀마의 국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쓴 헌정시이다.
'미얀마 형제·자매들에게'라는 제목의 이 시의 전문을 소개한다.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다 숨진 여성의 생전 모습/트읫)

 
미얀마의 형제·자매들에게(시, 이병철)

나는 기억한다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꿈꾸었던 그 나라를

잠시의 여행에서 만났던

곳곳마다 금빛 눈부신 파고다와 불상의 온화한 그 미소를

이른 아침의 탁발 행렬과

향불 지피고 불탑을 돌며 두 손 모아 올리는 간절한 그 기도를

온 사방 눈부신 꽃들과 그 고요한 미소를

가난하지만 단순한 삶으로 빚어낸

그 정갈하고 소박한 행복을

또한 나는 기억한다

압제와 맞서온 미얀마의 자랑스런 역사를

외세와 군부에 맞선 오랜 투쟁에서

독립과 자유를 위한 피 흘리며 쓰러져 간 숱한 그 투사들을

그리고 지금 나는 본다

다시 군부독재의 반동에 맞서

저들의 총칼과 무도함 앞에

맨손으로 온몸 던지며

자유와 민주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미얀마의 형제자매들을

내가 사는 나라 이곳도

자유와 민주를 쟁취하기 위한 피 흘림의 오랜 역사가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는

나라의 인민이 곧 주인이라는 이 민주의 권리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 모두 식민지의 압제와 오랜 군부세력의 독재에 맞서

목숨과 피와 눈물 흘림의 대가로 쟁취한 것이었다

사철 환하게 꽃 피는 나라

그 꽃처럼 환한 미소로 눈부신 미얀마

나의 형제자매들이여

자유는 하나의 권리, 하나의 가치가 아니다

자유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그 모든 바탕이며

한시도 유예되거나 양도할 수 없는

타고난 권리이자

멈출 수 없는 그 숨길이다

자유가 곧 사랑이며

자유가 곧 아름다움이며

그렇다

자유는 살아있는 자의 밥이며 혼이며 그 하늘이다

자유가 곧 존재의 의미와 그 가치인 것은

자유 없이는 우리의 존재와 삶을 꽃피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를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던지는 것은,

자유가 아니면 차라리 죽음을 달라고 외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숨 쉴 수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처럼

자유 없이는 사람답게 살아갈 수 없는 까닭이다

자유 없이는 인민의 주권, 그 민주 또한 없는 것이다

미얀마 나의 형제자매들이여

내가 지금 그곳 형제자매들의 투쟁에 함께 연대하고 성원하는 것은

그곳 군부독재으로 인한 그 고통이

곧 지난시기 이 땅, 우리의 고통이었고

그 저항의 피 흘림이 곧 이 땅을 적셨던 그 피 흘림이었기 때문이다

그보다도 지금 그곳 군부독재를 맞서

자유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 땅에서도

또다시 대두하는 그 압제로부터 우리의 자유를 막아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란 시혜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빼앗긴 것을 지배 권력으로부터 되찾는 것인 까닭이다

지금 세계가 다시 새로운 압제체제로 휩쓸리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을 구실 삼은 방역 통치로 근본 자유와 주권이 침해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 에코 파시즘의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

어떤 이념의 독제도, 어떤 이름의 통제도 온몸으로 맞서야 하는 것은

한번 자유를 잃으면,

그 자유와 권리가 유예되면

그것을 되찾아 우리의 인간다움을 꽃 피워내기 위해선

누대에 걸친 피 흘림의 대가를 또다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나의 형제자매들이여

이제 나도 기억한다

지금 군부 쿠데타에 맞서

군부 독재의 사슬을 끊고 자유와 민주를 되찾기 위한 행진에서

죽임당한, 온몸을 던졌던 그 형제자매들

미얀마 인민의 자유와 민주를 위해 산화한 그 이름들을

"오늘 거리로 나가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를 되찾지 못할 거에요. 여보, 미안해요"

그 말을 유언으로 남기고 산화한

25살의 젊은 가장 친 민뚜

20살의 소녀 먀 뚜웨 뚜웨 카인 ,

그리고 춤과 태권도를 사랑했던 19살의 치알 신과

16살의 마이 묘 아우 그 밖의 숱한 목숨들

꽃다운 그 젊음의 이름들을

오늘도 군부독재에 의해 살해된 이들의 소식을 듣는다

 

(미얀마군에 의해 희생된 사망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해 애도하는 학생들/트읫)

 


이 밤도 잠들지 못하고 온밤을 밝히는 꺼지지 않는 촛불들의 기도와 염원을 본다

그곳에 나부끼는 깃발과 그 함성과

한순간을 적막 속에 정지시켰던 그 총소리가

지금 내 귓가에도 생생하게 울린다

꽃처럼 스러져간 동지들을 뒤따라

함께 잡은 손 더욱 굳게 움켜쥐고

미얀마와 자유와 민주를 위해 거리로 나선 이들의 함성을 따라

'무릎을 꿇고 사느니보다 서서 죽기를 원한다'는

잊었던 그 노래 다시 듣는다

미얀마의 자유와 민주를 위해 나선 사랑하는 나의 형제자매들이여,

나는 지금 그대들과 함께

미얀마의 자유를,

세계 모든 인민

모든 목숨붙이들의 자유와 생명을 위해 함께하며 기도한다

영원하라.

미얀마의 자유여.

영원하라. 온 생명의 자유여.

우리는 모두 이 지상에 몸을 두고

걸림 없는 자유를

억압받지 않는 사랑을 갈망하는

같은 목숨이고 그 영혼이다

(세 손가락으로 장미를 든 손/트윗)


-미얀마의 자유와 민주를 위해 투쟁하는

형제자매들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코리아의 한 벗이.

 

- 시작 메모 -

서툴고 거친 이 시가 어떻게 미얀마의 자유 투쟁에 나선 벗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지. 또 전해진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힘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시를 쓰는 것은

지난 칠 팔십년대, 이 땅의 군부독재 투쟁 때에 우리의 자유와 민주를 위한 고난의 그 투쟁에 전 세계에서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여 보내준 그 숱한 지지와 격려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이고, 다른 나라의 독재를 외면하고 방기했을 때 그것이 곧 이 땅, 내 나라의 독재와 억압체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지배권력이든 그 권력의 속성은 모두 같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우선하는 이유는 미얀마의 형제자매들과 우리는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별에서 같은 하늘을 숨 쉬며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기를 꿈꾸는 한시적 생명인 까닭이다.

비록 내 몸이 그 투쟁의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내 마음은 거기에 함께 한다.미얀마에서 지금 자유와 민주를 위해 피 흘리며 투쟁하는 형제자매들을 성원하고 지지한다. 그리고 자유와 민주의 승리를 확신한다. 그것이 인간 존엄의 실현이며 역사의 진보라 믿는 까닭이다.


[작가 소개]

이병철 선생은 1949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다. 부산대학교 재학 중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에 반대하여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됐다.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형집행정지로 1년 만에 풀려났다.
1987년 6월항쟁 때는 직선제 개헌을 위한 민주헌법쟁취운동과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민주쟁취운동을 펼쳤다. 
그 후, 경남 함안으로 귀농하여 시를 쓰면서 농민운동, 귀농운동, 환경운동, 생명평화운동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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