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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박범계 의원이 '의로운 검사' 윤석열 검사(대통령)에게 쓴 글

polplaza 2023. 12. 1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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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서핑하다가 우연히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사)에게 보낸 글을 보게 됐다. 박 의원이 2013년 11월 10일 SNS(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박 의원은 이 글에서 "윤석열 형!"이라고, 아주 가까운 관계로 볼 수 있는 "형!"이라는 호칭를 사용했다.

당시 박 의원은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으로 대전(서구을)에서 당선된 초선의원이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정원의 대선개입 혐의를 수사하던 검사로서, 윗선의 눈치를 안보고 진상을 파헤치다 정직 3개월을 받을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며 "사법연수원 동기이면서도 긴 대화 한번 나누질 못한 형에게 검찰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불의에 굴하지 말라는 호소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밉다"고 토로했다.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지만, 윤 대통령이 나이가 3살 많은 관계로 '형'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 의원은 "작년 국회의원 됐다고 서초동 어디선가 동기모임을 했을 때도 불과 10여분 아무 말 없이 술 한잔만 하고 일어났던 형"이라고 회고하면서 "저는 그제서야 제가 정치적 중립성을 해할 위험인자라는 걸 깨달았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야당 국회의원에 당선된 자신이 사법연수원 동기들과 당선 축하모임을 하는 자리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검사(윤 대통령)를 참석시킨 것은 잘못이었다는 소회를 밝힌 것이다. 한편으로, 윤 대통령은 검사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고 애썼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그런 형에게 검찰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린다는 소식은 참으로 가소롭기 그지없는 일"이라며 "보고 및 결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조직의 질서를 문란케한 사범으로 저들은 포장할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는 "그러나 그들이 차마 말못할 사정은, 6월부터 국정원 대선 개입수사를 못하게 하는 외압이 있어 왔고 압수물도 돌려주고 체포한 요원들도 돌려보내라는 그래서 결국은 트위터 수사도 공소장 변경도 하지말라는 상관의 직권남용의 벽에 직면한 것이 현실일 것"이라고 외압설을 제기하며 윤 대통령을 감쌌다.

박 의원은 특히 "검사는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수사를 개시하여야 한다'는 형소법을 따르고,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정한 검사가 될 것을 선서로 다짐한 것을 지켰을 뿐인 형"이라며 윤 대통령을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수사를 개시하고 오직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정한 검사'라고 호평했다.

박 의원은 "그런 형에게 조직의 배반자, 절차 불이행자로 낙인 찍는 검찰의 조직문화가 아직도 상하로 여전하다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이게 도대체 정상적인 나라야?'라는 비난과 자조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검찰의 조직문화를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형 ! 그래도 저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려한다"면서 "아직도 정의로운 검사들이 이땅에는 여전하고 그들은 조용하지만 이 사태를 비분강개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사표를 내서는 안 된다"며 "그날 우연히 스쳐 지났던 범계 아우가 드리는 호소"라고 윤 대통령이 권력에 굴하여 검사복을 벗지 말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이 글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10년 전과 지금 정치 상황은 상전벽해처럼 반전이 됐음에도 박 의원이 지우지 않고 있는데다 조국 전 법무장관(당시 서울대 법대 교수)이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의원이 걱정하고 염려했던 윤석열 검사는 10년 후인 지금 국민의힘 소속 대통령으로 당선돼 정치적 대척점에 우뚝 서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은 끝에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의 말대로라면, 윤 대통령은 검사 재직 시 '검사는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수사를 개시하여야 한다'는 형소법을 따르고,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정한 검사가 될 것을 선서로 다짐한 것을 지켰을 뿐이다. 현재도 해당 글을 남겨놓고 있는 것을 볼 때, '윤석열 검사'에 대한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론, 때에 따라서,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서, 주관에 따라서 각자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조국 전 장관은 10년 전 '좋아요'를 눌렀지만, 지금 이 글을 다시 본다면 '화나요'를 누르지 않을까 싶다.

(박범계 의원의 글에 '좋아요' 누른 조국 전 장관/네티즌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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