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슬로건을 내걸었던 트럼프 당선인은 벌써부터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어떤 가치보다도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기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에서는 대한민국에 대해 주한미군과 관련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북핵문제에 대해 '톱다운' 방식의 돌발적인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한미는 지난 10월 한국의 분담금을 1조 5000억 원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당시 대담에서 "한국은 머니 머신"이라며 "한국의 분담금을 대폭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금액보다 9배 규모로 증액하겠다는 발상이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방위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증액 규모를 최소로 줄이면서 미국의 핵우산 등 강력한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협상 전략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오히려 북한이 자주 이용하는 '벼랑 끝 전술'을 차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과도한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면, 우리 정부는 미군 철수를 반대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미국이 '대중국 포위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트럼프는 주한 미군을 쉽사리 철수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국익과 연계해서 어느 쪽이 득인지는 트럼프가 잘알 것이다.
더 중대한 문제는 북한의 핵문제 해결이다. 이 문제에 대해 국내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북한의 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중구난방이다. 트럼프는 지난 '트럼프 1기' 재임 중 북한 김정은과 2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갖는 등 친분 관계를 쌓았다. 1기 취임 초기에는 김정은에 대해 '대북 공격' 자세를 취했으나,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면서 대북 유화자세로 돌아섰다. '핵폐기 등 일괄타결'을 기대했던 하노이 회담이 실패로 돌아갔다지만,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암묵적 협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우리가 돌아가면 나는 그들과 잘지낼 것이고, 그는 아마 나를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누군가'로 지칭된 인물은 북한 김정은이다. '김정은과의 친분'을 선거운동에 활용할 정도라면, 트럼프는 무슨 꿍꿍이 속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하고 있는 김정은에 대해 여전히 호의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확실히 뭔가가 있다고 봐야 한다. '뭔가 아주 큰 것을 주고 큰 반대급부를 받을 준비가 돼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재야의 한 유명인사는 생전에 "하노이 회담을 두고 세계의 모든 언론이 협상 실패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서 "트럼프는 그 회담에서 김정은에게 핵보유국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인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정한 바 있다. 트럼프가 바보가 아닌 이상, 트럼프는 그 대가로 북한에게 '중국 편에서 이탈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을 미국으로 끌어들여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강화할 수 있다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같은 분석이 맞을 지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앞으로 대북 정책을 어떻게 전개하는지 지켜보면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정치가가 아니고 비즈니스맨이다."
이런 말은 중국에서 회자되고 있다. 아니, 트럼프를 좀 아는 사람들은 다 수긍하고 인정하는 말이다. 자유, 평등, 도덕, 인류애, 환경 등 인류가 나아가야 할 가치보다, 미국의 이익을 앞세워서 당선된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는 자국에 이익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벌일 인물이다. 우리 모두 바짝 정신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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