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이럴 줄 미처 몰랐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고객을 깜짝 즐겁게 하다니 말이다.
얼마 전 스타벅스에서 보낸 "생일 축하드려요! 가까운 스타벅스를 방문하셔서 생일 음료를 받으세요"라는 제목의 메일을 받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메일에는 '닉네임'을 부르며, "Happy, Happy Birthday! 소중한 당신의 생일, 스타벅스가 생일 음료를 선물합니다!"라는 축하 메시지와 함께 음료 1잔을 무료로 주문할 수 있는 전자 쿠폰을 보내왔다.
고객의 생일을 맞아 이런 축하 메시지와 음료 한잔을 선물하는 기업,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생일날 축하 메시지를 받은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음료 1잔을 쿠폰으로 제공하는 기업은 처음이었다. 문화를 사랑하는 기업으로 알려진 스타박스는 말 그대로 정말 고객을 사랑하는 정신을 솔선수범하여 실천하는 것 같았다.
스타벅스는 메일에서 쿠폰 사용기간과 음료 종류 등을 자세히 안내해주었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가까운 스타벅스를 방문해 전자 쿠폰을 사용하기로 했다. 카운터에 가서 핸드폰에 담긴 쿠폰을 제시했다. 직원은 몇 가지 종류를 언급하면서, 그 외 음료는 다 된다며 "뭘 드실 것이냐?"고 물었다. 평소 같으면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을 텐데, 생일 선물이니까 색다른 것을 주문하고 싶었다. 핫초코 음료를 주문했는데, 점원은 거기에 뭘 얹어도 되겠느냐고 하여 그렇게 하라고 했다. 이 음료의 이름은 '시그니처초콜릿'이었다. 발급된 전자영수증에 찍힌 품명을 보고 알게 됐다.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한 음료를 받아 매장을 나오면서, 스타벅스의 특별한 이 이벤트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는 사실 스타벅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저가형 커피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양도 많고 맛도 그럴 듯해 굳이 스타벅스에 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지인들이 받은 쿠폰을 소진하기 위해 가끔 따라간 적이 있다. 아마도 그때 회원 등록을 했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뜻밖에 스타벅스의 생일 축하 메시지와 선물을 받게 됐다. 나이가 들자, 가족들마저 의례적인 축하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생일을 스타벅스가 따뜻한 음료로 축하해 주니 감사하기 그지없다.
낙엽이 떨어져 땅바닥에 뒹굴며 어디론가로 사라져 가는 계절, 고독하고 외로워지는 가을이다. 그리스 신화 속 여인 세이렌(Seiren)이 나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음료까지 선물로 보내주었다면 누가 믿겠는가. 그러나 나는 그렇게 믿으려고 한다. 신화 속의 여인과 소통하는 것,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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