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 진단을 받은 지 어느덧 18개월째다.
지난해 5월 어느 날 아침 깨어보니 얼굴에 마비증세가 와있었다. 곧바로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상황 파악을 못하고 낮에 갔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줄 알았다. 그건 오산이었다. 한번 온 신경마비는 자연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마비가 심해졌다. 그 바람에 결정적인 골든타임을 놓쳤다.
병원 응급실에 가서 각종 검사를 받느라 시간을 또 지체했다. 약 처방을 받았을 때도 바로 복용을 시작했어야 했다. '식후 복용'이라는 처방전을 보고, 저녁 식사 때까지 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도 실수였다. 점심을 먹은 지 두어 시간 지났어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약을 먹는 게 옳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1년 6개월이 지났는데도 완전히 회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면신경마비 환자들은 대부분 1개월 안에 완치되거나 길어도 3개월 내 완치된다고 한다. 최대 6개월까지 완치되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따라서 18개월째에도 완전히 회복이 안 됐다면 앞으로 더 나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신경마비 진단을 처음 받았을 때는 길어도 두세 달 안에 회복될 것으로 자신했다. 이런 자신감이 뚝 떨어진 시기는 조직검사 결과를 알았을 때였다. 신경조직의 87%가 파괴됐다는 의사의 소견이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6개월 후, 담당의사가 재활치료를 더 이상 권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완전 회복이 안 되는구나' 하고 현실을 받아들일 자세를 가졌다.
그러고도 병원 재활치료를 계속 받게 된 것은 환자인 나의 요청을 의사가 들어준 덕분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재활치료로는 더 이상 효과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한의원을 찾아 침과 부항 치료를 받기로 했다. 서너 군데를 찾아 상담을 하고, 신뢰가 가는 두 곳을 집중적으로 다녔다. 1주일에 2~3번씩 갈 때마다 20개 이상의 침을 맞았다. 고역이었다.
마침 실손보험이 있어서 청구를 했더니, 총비용의 20% 정도를 받을 수 있었다. 침치료비는 1회당 1만 원 이내인 경우가 많아, 실손보험으로 돌려받을 게 거의 없다고 하여 청구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1년 이상 병원에 이어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치료비 중 일부는 실손보험으로 돌려받았다. 지금은 한의원에도 가지 않는다. 한의원 치료도 받을 만큼 받았다. 나머지는 자연적인 회복력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잠잘 때 눈을 감을 수 있고, 밥 먹을 때 음식이 새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80~90% 회복된 수준에서 조금 불편한 것은 있지만, 이 정도로 회복된 것만 해도 감사하게 여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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