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남대문 시장 가다

polplaza 2021. 4. 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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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에 산 가방이 낡아서 지나가는 길에 가방을 사러 남대문 시장에 들렀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가방 가게가 있다. 일요일인데도 가게문을 연 곳이 많았다. 그러나 손님은 뜸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에 가방을 샀던 그 가게를 찾아갔다. 매장 구조는 비슷한데, 사장님은 나이가 조금 젊어 보였다. 그래도 그냥 들어갔다. 시장에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라 서로가 기억하기 힘든 곳이다. 자주 가지 않는다면 1년 전에 갔던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작년에 제가 여기서 가방을 샀는데요, 혹시 기억나세요." 내가 물어봤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흰색 마스크를 쓴 채로 사장님을 바라봤다. 사장님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아, 기억나요." 사장님의 대답이었다. 나는 '어떻게 정말 기억하시는 걸까' 하면서도 더이상 묻지 않았다.
"사장님, 이거랑 똑 같은 가방 있으세요?"
"아, 있어요." 사장님은 있다면서 매장 안에서 가방 하나를 꺼내 오셨다.
딱 보니까, 내가 가지고 간 가방과 다른 디자인이었다.
"사장님, 제 가방은 여기 두껑이 찍찍이인데, 가져 오신 가방은 자크로 되어 있습니다." 
"아, 그렇네요. 잠시만요." 사장님은 다시 안쪽에서 다른 가방을 들고 나오셨다.
"이 가방은 어떠세요."
새로 가지고 나온 가방은 한쪽이 찍찍이로 여닫을 수 있게 되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다른 가방이었다.
"이것도 제 가방이랑 다른데요."
그러자, 사장님은 가방에 달린 여러 자크 중 하나를 열면서, "이렇게 하면 넓이가 늘어납니다"라고 했다. 많이 넣어 다닐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내가 작년에 사서 들고 다니는 가방보다 사양이 괜찮아보였다. 그래서 가격을 물어봤다.
"사장님, 이 가방은 얼마세요?"
"5만원 하는데, 만원 깎아드릴게요."
"그럼, 4만원에 파신다는 말씀이세요?"
"네, 이 가방 좋습니다. 여기 마크도 달려있고요."
"알겠습니다. 살게요."
내가 가방에서 5만원을 꺼내 드렸다. 사장님은 1만짜리 하나를 거슬러 주셨다.
"비닐에 (가방을) 싸드릴까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가방을 버릴려면 비닐이..."
"괜찮습니다. 사무실에 버리면 됩니다."
나는 새로 산 가방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사장님은 나를 단골 고객처럼 끝까지 신경써주셨다.

그리고 혁띠를 사러 시장 골목으로 들어갔다. 작년에 혁띠를 샀던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시장 안내하는 도우미에게 물으니 혁띠 파는 가게는 몇곳이 있었다. 그곳을 다 둘러보고 작년에 혁띠를 샀던 집에 꼭 가야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 가게는 버클이 잘 안돼서 바꾸러 갔었는데, 교환을 받은 적이 있다. 그 가게의 사장님은 나이가 지긋했는데, 오늘 만난 가게는 젊은 사장이 보였다. 아마 다른 가게일 것이다. 

내가 밖에서 전시해둔 혁띠를 보고 있는 동안, 어떤 할머니가 가게 안에 들어가서 그 젊은 사장에게 뭔가를 물어보고 그냥 나가셨다. 사장이 나오길래, "이거랑 저거랑 무슨 차이가 있어요?"하고 물어봤다. 사장은 퉁명스럽게 "같이 오신 분 아니세요?"하고 물었다. "아, 나는 다른 손님이요."하고 대답했더니, "(저 할머니랑) 같이 오신 걸로 알았다."고 했다. 할머니랑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퉁명스럽게 대하는 것은 좀 아니다 싶었다. 아직 젊으니까 그럴 거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젊은 사장은 "차이는 (재질이) 가죽과 비닐이고, 폭에 차가 있습니다."고 했다. 그것이 가격에도 차이가 생긴다는 뜻이었다. 내가 "만원짜리 사러 왔다."고 하자, 사장은 "이거 2만원 짜리인데 1만5천원에 해드리겠다."고 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이건 가죽입니까?"
"네, 가죽이어요. 2만원에 파는 거에요."
"알았어요."
나는 1만5천원에 사장이 추천해준 혁띠를 샀다.

이번에는 내가 물건을 산 가게를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어두기로 했다. 혹시 내년이든, 후내년이든 온다면 다시 그 가게로 올 가능성이 높으니까.
 
(남대문시장에 오기 직전, 상도동 상도시장 옵틱스 안경점에 아내랑 같이 같다. 아내가 안경알을 바꾼다고 해서 같이 간 것이다. 사장님의 아들이 대학 안경학과를 나와서 가업을 이어서 경영을 하는데, 마침 사장님과 사모님도 나와 계셨다. 마스크를 써서 서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사장님과 사모님이 반겨 주셨다. 사장님은 너무 오랜만이라 서로 '주먹인사(코로나19로 주먹을 서로 내밀어 스킨십하는 새로운 인사법)'를 나눴다. 가게는 백년, 천년고객과 함께 나누면서 가는 것임을 느끼게 하는 가게이다.) 

(남대문 가방, 핸드백 도매 자유상가)

 

(자유상가 입구 가방, 핸드백 가게)

 

(남대문 시장 입구)

 

(남대문 시장 혼수, 수입상가 골목)

 

(남대문 시장 그릇도매상가 골목)

 

(오늘 산 가방)

 

(퀸프라자 옆 혁띠 가게)

 

(1만5천원에 산 2만원 판매가 표시의 혁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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