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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주 스님 입적과 정치인들... '조문정치'

polplaza 2021. 7. 2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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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7월 22일 입적한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月珠) 스님의 영결식이 7월 26일 전북 김제시 금산사에서 열렸다. 내년 대선에 출마 예정인 여야 정치인들이 대부분 빈소를 찾아 조문을 했다. 특별한 인연이 없어도, 또는 껄끄러운 악연이 있음에도 굳이 분향소를 찾은 것은 불교계의 표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 지도자라면, 어떤 종교를 믿든 선한 마음과 통합의 정신을 평소에 실천하여 상생의 정치를 보여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월주 대종사는 지난해 나눔의집 후원금 운용 논란사건으로 상심한 나머지 대상포진이 발병해 결국 폐렴으로 병세가 악화돼 입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눔의집 후원금 사건은 20년 이상 이사장을 맡아온 월주 스님에게 큰 충격을 가져주었다. 제보 내지 시민단체 고발로 검경이 수사를 착수해 특별한 혐의가 없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지사가 나눔의집 대표이사 월주 스님 등 이사 5명에게 해임명령 처분을 내림으로써 월주 스님에게 불명예를 씌운 결과가 됐다. 이 사건으로 일부 신도들이 이 지사의 월주 스님 분향소 방문을 강하게 거부했다. 금산사 측은 혹시 모를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이 지사측에 정중히 조문 거절의 뜻을 전달했다.

현재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나선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큰 스님과 마음을 나눌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서운하고 안타깝다"는 추모의 글을 올리고 조문을 허락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금산사 측은 "평생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화합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던 큰 스님의 뜻을 받들자"며 반발하는 신도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마침내 이 지사는 7월 24일 오후 금산사를 방문해 조문을 마쳤다, 그는 "태공당 월주 대종사님의 큰 가르침대로 세상을 밝고 깨끗하게 만들어가겠습니다"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박용진 의원도 이날 조문을 마쳤다.

여권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이재명 지사와 치열하게 경합 중인 이낙연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서 "'밥이 필요한 사람에겐 밥을, 약이 필요한 사람에겐 약을 주어야 한다'며 세상과 함께 호흡하신 스님의 생은 저희에게 죽비와 같다.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겠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25일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인 김두관 의원도 이날 금산사를 찾았다. 역시 대선후보 경선을 벌이고 있는 추미애 전 대표는 26일 영결식에 참석했다.

야권 주자들도 금산사를 찾아 조문을 했다.
국민의힘에 입당하여 대권 행보에 나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3일 금산사를 찾아 불교식 합장의 예를 갖추어 조문했다. 최 전 원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점에서, 종교를 초월해 화합 정신을 기리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유승민 전 의원도 23일 금산사를 찾아 "큰 스님의 큰 가르침을 기억할 것"이라며 월주 스님의 입적을 추모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24일 금산사를 방문해 조문했다. 장 원장은 과거 민주화운동 당시 부산 태종사에서 '우상(牛墒)'이라는 법명을 받고 잠시 스님의 길을 갔던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스님께서는 평소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 만물여아일체(萬物與我一體)(천지가 나와 같은 뿌리이고 만물이 나와 한몸이다)를 자주 말씀하셨는데, 스님께서 살아오신 삶 그대로라 할 것"이라며 "세상을 내 몸 같이 사랑하고 존중하는 삶, 그것이 바로 보살의 삶이고 부처의 삶이 아니겠는가"라고 월주 스님의 평소 가르침을 되새겼다.

야권의 유력후보 중 한명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장례 마지막 날인 26일 영결식에 참석했다. 윤 전 총장은 "큰 스님은 나라가 어려울 때 지혜를 모으고 자비행을 몸소 실천하셨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의집’도 스님의 역할이 컸다"면서 "불법(佛法)은 세간에 있다며 평생을 약자 곁에 섰던 큰 스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7월 24일 오후 금산사 월주스님 분향소를 방문한 장기표 원장이 스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래는 태종사에서 법명을 받고 잠시 스님의 길을 걸었던 장기표 원장의 추모 글이다.


한분 큰스님의 공이 이렇게나 크구나!

- 월주 큰스님의 열반에 부쳐 -
월주 큰스님의 부음을 들으면서 ‘스님도 사람인지라 결국 돌아가시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전혀 뜻밖의 부음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쯤 찾아뵈었는데 너무나 건강해보여서 ‘이 어른은 늙지도 돌아가시지도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달여 전 서울 영화사로 전화를 드렸으나 받지 않으셔서 코로나 때문이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부음을 듣다니 황망하기 이를 데 없다.
큰스님이 열반하시고서 큰스님의 보살행을 기리는 말과 글이 많이 쏟아져 나와 더 보탤 말이 없으나, 스님께서 이룬 공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쯤은 중복되더라도 밝혀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월주 큰스님께서 하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대 한국불교를 사회화하고 대중화하는 데 가히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것이라 할 것이다. 큰스님의 이러한 역할을 다른 어떤 스님도 하기 어려웠으리라는 점에서 월주 큰스님의 공적은 한국 불교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다.
오늘의 영결식으로 스님을 떠나보내면서 내가 보는 월주 큰스님의 가장 중요한 특색 한가지만을 말한다면 총명함이다. 월주 큰스님은 내가 본 사람 가운데 가장 총명한 분이 아닐까 싶다. 평소 당신께서 관심을 가지고 본 사람에 대해서는 그 사람의 경력을 다 알고 계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스님은 어째서 이렇게나 총명하셨을까? 선천적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근본적으로 오랜 수행정진에서 얻어진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총무원장 등 종단의 소임을 맡은 일이 많은데도 이렇게나 총명하신 것은 소임을 수행하시면서도 수행자로서의 삶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살아오셨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존경스러운 일인가!
스님께서는 평소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 만물여아일체(萬物與我一體)(천지가 나와 같은 뿌리이고 만물이 나와 한몸이다)를 자주 말씀하셨는데, 스님께서 살아오신 삶 그대로라 할 것이다. 세상을 내 몸 같이 사랑하고 존중하는 삶, 그것이 바로 보살의 삶이고 부처의 삶이 아니겠는가!
문상 온 사람들에게 스님께서 쓰신 ‘自未度 先度他 자기 제도는 못하더라도 먼저 다른 사람을 제도하라’를 새긴 수건을 기념품으로 주셨는데, 이 말씀 또한 스님의 삶의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모순되는 말 같지만 이런 삶의 자세야말로 진정한 자비, 진정한 보살행일 것이기 때문이다.
월주 큰스님의 극락왕생을 축원합니다!
2021년 7월 26일
장 기 표 합장 삼배



(입적한 월주 스님 조문을 위해 7월 24일 김제시 금산사를 방문한 장기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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