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꿈속에서 받는 영장

polplaza 2021. 2. 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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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군 면제를 받은 친구 K는 가끔 꿈 속에서 영장을 받는다.

영장을 받고선 어떻게 해야 할 지 황당해하다가 잠을 깬다. 생시같은 꿈이다.
친구는 사실 군대를 가고 싶어했다. 입대를 위해 휴학을 했다.

휴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징병검사를 받으러 서울 모처 신체검사장으로 갔다.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위생병이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야, 나 모르겠어?"
친구는 그 위생병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고등학교 2년 선배였다.
친구는 몸집이 상당히 나가는 지라, 고등학교 때 선배들의 눈에 확 띄었나 보다.

친구가 큰 소리로 "예, 선배님. 알아보겠습니다."하고 대답했다.
고교 선배인 위생병은 신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야, 그냥 집에 가!"하고 명령했다.
후배라고 특별히 잘 봐 준 것인지 모르겠지만, K는 엄청 속이 상했다.
친구는 병역수첩도 받지 못하고,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1주일 후에 병역수첩이 우편으로 집에 도착했다.
병역수첩에는 "면제"라고 적혀 있었다.

친구는 면제를 받게 돼 군대를 갈 수 없었다.
최소한 6개월짜리 방위나 10일짜리 실미(실역미필)라도 받고 싶었다는 게 친구의 후일담이다.
대학생이 아예 군대 면제를 받았으니, 내심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친구는 아직도 영장을 받는 꿈을 꾼다고 한다.
꿈 속에서라도 군대를 한번 갔다 온다면 이루지 못했던 소원이 풀리련만.
참고로 친구는 신검장에서 만났던 그 선배가 자신의 입대를 좌절시킨 원흉(?)이라고 여긴다. 자신의 몸집이 너무 커서 면제를 받게 됐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친구는 가끔 말한다.
"그 선배를 찾아서 왜 그랬는지 묻고 싶지만, 이제는 이름도,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아 막연하다."
꿈에서라도 군대를 가고 싶어하는 친구, 그 친구가 올해는 소원을 꼭 이루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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