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공수부대에 너같은 놈은 필요없어!

polplaza 2021. 2. 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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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고의 노력 끝에 학사장교로 입대한 P군은 공수부대로 차출될 위기(?)에 놓였다. 

검정색 선글라스를 낀 소령(말똥 한 개)이 신임 장교(소위)들의 명단을 훑어보면서 4명씩 공수부대 예비 후보들을 호출했다. P군은 이미 1차 선발에서 공수부대 장교로 합격한 상태였다. 이번 2차 관문을 통과하면 영락없이 공수부대에서 3년을 복무할 상황이었다.

P군은 공수부대에는 가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빠져나올 궁리를 했다.

소령이 P군을 호출했다. 다른 3명과 함께 앞으로 나갔다. 얼핏 동료들의 키를 보니 오른쪽 친구는 180 센티 이상, 왼쪽 친구 2명은 165~170 센티 정도였다. P군은 174 센티여서 4명 중 체격과 키가 가장 적당해 보였다. 

소령이 4명 중 P군에게 먼저 물었다.

"자네, 공수부대에서 근무해볼 생각 없나?"

친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고싶지 않습니다.!"하고 잘라 말했다.

군대에서 하급자들은 보통 상급자들 앞에서 기가 죽기 마련인데, 이 친구는 그게 아니었다. 일종의 도전이었다. 소령의 기분이 어떠했을까는 능히 짐작하고 남을 것이다. 소령은 연필에 달린 지우개 부분으로 명단이 적힌 종이 위를 계속 톡톡 두드렸다. 심기가 아주 뒤틀린 것이다.

침묵이 흐른 뒤, 소령이 말했다.

"공수부대에 왜 가지 않겠다는 건가?" 

친구가 대답했다. "제가 평발에 치질이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오른쪽 다리를 다쳐 금이 간 적이 있습니다."

소령이 선글라스를 약간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런 건 군대에서 다 적응이 돼, 뭐가 문제야?"

이 대목에서 친구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제가 장남입니다!"

장남이면 공수부대에 안가도 되는 걸까. 여하튼 친구는 대답이 궁했던 터라 장남이라서 못 가겠다고 둘러댄 것이다.

소령도 지지 않았다.

"장남은 공수부대에서 근무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나? 자넨 남동생도 있구만."

친구는 소령의 끈질긴 추궁에 당황한 나머지 "거기 가서 죽으면 안 됩니다!"하고 심한 대답을 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말이라 친구도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말에 가만있을 소령이 아니었다. 그의 분노는 곧 욕설과 비아냥으로 나타났다.

"야이, 새끼야. 너 같은 놈 필요 없어. 저리 꺼져!"

친구 덕분에(?) 같은 조였던 나머지 3명도 공수부대로 차출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소령이 친구의 말에 억장이 무너졌는지 한꺼번에 4명 모두 퇴짜를 놓았던 것이다. 

"머저리 같은 놈, 이봐~. 너희들도 싹 꺼져~!"

(출처: 행군의 아침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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