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학사장교 미스테리

polplaza 2021. 2. 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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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P군은 장교로 전역했다. 대학 4년 졸업 후 학사장교로 입대했다가 중위로 예편했다.

송년 모임에서 친구들이 P군에게 학사장교로 입대하여 전역한 사실에 대해 모두 의구심을 나타냈다. 학교 다닐 때 술 마시고 농땡이 치다가 성적도 좋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어려운' 학사장교 시험에 붙었느냐는 것이다. 그것이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였다.

(육군은 장교, 준사관, 부사관, 군무원, 특기병 등을 모집한다/자료: 대한민국 육군 홈페이지)

P군이 그 때의 상황을 실토하기 시작했다.

시험은 어찌하여 붙었는데, 결정적인 것은 오히려 신체검사와 면접이었다고 했다. 시험에 합격했다면 대단한 사건이었다. 시험보다는 의외로 신체검사와 면접이 문제였다니 또다른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친구 왈, 준장(별 한 개)과의 1 대 1 면담이 가장 클라이막스였다.

준장은 "자네, 여기(신체검사 결과서) 보니 왼쪽발은 평발이고, 치질도 있군. (학교) 성적도 별로 좋지 않군."하고 말했다. 순간 '이제 떨어졌구나!'하는 생각이 친구의 뇌리를 강타했다. 

친구는 이 순간이 당락을 결정하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판사판,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자존심이든 뭐든 모두 버리기로 하고 초긴장했다.

"뽑아 주신다면 열심히 잘 하겠습니다!"
친구의 목소리는 면접장이 떠나갈 정도로 크고 절도가 넘쳤다. 평소 목소리가 크고, 나름 목소리와 자세는 절도가 있었기에 긴장 상태에서도 절도를 지킬 수 있었다. 

준장은 친구를 자세히 훑어보더니 "정말 잘 할 수 있나?"하고 다시 물었다.

친구는 "자~알 하겠습니다!"하고 또박또박 단호하게 크게 대답했다. 자신도 모르게 평소 특유의 습관이기도 한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마침내 친구는 학사장교 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안았다. 준장은 그의 큰 목소리와 입술을 깨무는 습관을 굳은 의지의 표현으로 읽었던 것 같다. 

대학생들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제3자가 보기엔 절도가 거의 없는 편이다. 

친구는 벌써 군인인 것처럼 절도있고 큰 목소리로 결정적 순간에 합격 점수를 땄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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