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최전방에서 날마다 고기 식단.. 무슨 일이?

polplaza 2021. 2. 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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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매 끼니마다 고기가 올라온다?

이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실제로 매일 고기가 식탁에 올라오는 부대가 있었다. 최전방에서 장교로 근무했던 K 씨의 증언이다.

소대장 K 씨는 자신의 식탁에 매일 고기 덩어리가 올라오는 것이 신기했다. 아무리 최전방이지만 매일 고기를 배급할 정도로 국방부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 고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렇다고 병사들에게 고기의 출처를 물어볼 수도 없었다. 병사들이 소대장을 위해서 특별히 고기를 아껴두었다가 매일 주는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소대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개연성이 높지만 말이다.

소대장의 생각이 깊어질 무렵, 어느날 취사병(짬밥 전담 병사)이 막사를 이탈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취사병은 막사 옆의 취사장을 벗어나 계곡으로 급히 내려가고 있었다. 왼손에는 바가지를, 오른손에는 식칼을 들고 있었다. 소대장은 취사병이 가는 곳을 숨어서 지켜보았다. 취사병은 칼을 들고 무얼 하러 어디로 가는 걸까.

취사병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큰 나무 아래 잔설이 남아 있는 음지였다. 취사병은 그 곳에서 한동안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무슨 기도를 하는 걸까. 아니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걸까.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을 엿볼 수 없었다.

5분쯤 경과한 후 마침내 취사병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좌우를 두리번거리더니 취사장을 향해 급히 뛰어 올라왔다. 그리고선 취사장으로 사라졌다.

보통 소대장들이라면 취사병의 뒤를 따라 취사장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취사병에게 아래 계곡에 왜 내려갔는지 추궁했을 것이다. 자초지종을 파악한 후 취사병을 군기교육대나 영창을 보낼 수도 있다. 취사병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럴 수 있는 것이다.

K 소대장은 취사병을 뒤쫓아 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취사병이 갔던 그곳으로 이동했다. 취사병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은 눈이 덮여있어서 외관상으론 취사병이 무엇을 하고 갔는지 알 수 없었다.  K 소대장은 눈이 덮인 곳으로 다가가 군홧발로 눈을 치웠다. 그러자 피 묻은 고깃덩어리가 나타났다. 조금 전 이곳에 왔던 취사병은 고깃덩어리를 잘라 갔던 것이다. 무슨 동물일까.

눈을 더 치우자 동물의 털이 보였다. 소털 같기도 한데, 이곳에 소가 올라올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노루일까,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노루라면 불길하다는 동물인데…. 그동안 내가 먹은 고기가 노루고기였단 말인가. 소대장 K 씨는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소대장은 한동안 모른 척했지만, 고기를 계속 먹게 되자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마침내 '따까리(전령)'를 시켜서 계곡에 냉동된 고기의 실체를 파악하게 했다. 알고 보니 산돼지가 짬밥 쓰레기 통을 뒤지는 것을 몇 차례 목격한 취사병이 덫을 만들어서 잡았다는 것이다. 덕분에 K 소대장과 소초원들은 고기 배급이 어려웠던 그 시절, 전방에서 군생활을 하면서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출처: 행군의 아침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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