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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 교수, "한국정치가 5류로 전락한 이유-공직자의 자격(1)"

polplaza 2022. 11. 2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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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022년 11월 26일 SNS에 {한국정치가 5류로 전락한 이유-공직자의 자격(1)}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조 교수는 "지난 화요일(22) 쿠키뉴스 18주년 기념식에서 했던 23분 가량 기조연설을 축약해 셋으로 나눠 연속 공유하겠다"면서 이날 첫 글에 이어 (2) 국힘과 윤석열 정부의 문제, (3) 5류정치를 전복하기 위한 정치혁명 순으로 후속 글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조기숙 교수/조기숙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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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이날 {한국정치가 5류로 전락한 이유- 공직자의 자격(1)}이라는 글에서 "대한민국은 지난 5월 치러진 대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보다는 다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네거티브 투표를 하게 되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더 큰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본다. 민주당이 2020년 총선에서 압도적인 다수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기대를 배반하면서 벌어진 일이라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2022년 대선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49%를 기록했음에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한 건 민주당이 지난 5년간 상식과 명분을 파괴한 몰염치한 정치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명분을 잃게 된 3가지 이유로 ▲조국 사태 ▲민주당의 유권자 중심 정당에서 당원 중심 정당으로 변신 ▲강성당원들의 당 게시판 점령과 SNS의 영향력 확대를 꼽았다.

조 교수는 특히 조국 사태에 대해 "민주당이 정치에서 명분을 상실한 결정적인 사건이었다"면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다수 국민이 생각하는 공직자 자격에 미흡했음에도 여기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며 당에서 밀어부쳤다. 그 결과 조 교수 가족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고, 이성적 지지자는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고 꼬집었다.

아래는 조 교수가 쓴 글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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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가 5류로 전락한 이유> 공직자의 자격(1)

지난 화요일(22) 쿠키뉴스 18주년 기념식에서 했던 23분 가량 기조연설을 축약해 셋으로 나눠 연속 공유하겠습니다.

1.
고대로부터 동서양 정치사상가들은 공직자의 자격에 관심이 많았다. 정치란 한 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면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이기에 그렇다. 근대로 와서는 사람보다는 사람의 욕망을 제어하는 제도에 더 관심이 많았다. 3류였던 우리 정치가 5류로 전락한 건 정치제도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만 유독 나른 나라에 비해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재가 없을 리가 있겠는가.
우리 제도는 1987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는데 그럼 왜 같은 제도가 과거에는 문제가 없었냐는 질문이 가능하다. 민주화운동 투쟁과정에서 도덕성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지도자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 양당제와 주기적인 선거만으로도 좋은 지도자를 대통령에 선출할 수 있었고, 그 분들이 좋은 인재를 선발했기에 우리의 경제와 민주주의는 발전했다고 본다.

2,
우리의 제도는 패배를 눈앞에 둔 정당이 당내 쇄신을 통해 국민의 재신임을 받게 만들었다. DJ 정부 말기 세 아들 비리로 정치불만족이 75%에 달했을 때 민주당의 정풍운동과 정당 밖의 노사모 탄생은 민주당을 쇄신했고 개방경선을 통해 2002년 대선의 기적적 승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어쩌다 대한민국은 지난 5월 치러진 대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보다는 다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네거티브 투표를 하게 되었을까? 더 큰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본다. 민주당이 2020년 총선에서 압도적인 다수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기대를 배반하면서 벌어진 일이라 생각한다.

3.
어느 나라나 보수정당은 기본만 하면 지지를 받는다. 학습하지 않은 인간의 본성은 보수적인 편이고, 기득권의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식이 결여된 보수당은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발견되고 유권자도 이에 관대한 편이다.
반면, 진보 정당은 자신이 내세우는 가치를 실천하지 않으면 유권자로부터 외면당한다. 그 가치가 이상적일수록 현실에서의 위선은 더 혹독하게 심판받는다. 내 차는 페라리라고 자랑했는데 실제 보니 포니였다면 상대는 더 큰 배신감을 느끼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
민주당은 이미 2016년 총선에서부터 다수당의 위치를 점할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유권자 인구 구성이 변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중도층의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2022년 대선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49%를 기록했음에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한 건 민주당이 지난 5년간 상식과 명분을 파괴한 몰염치한 정치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어쩌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명분을 잃게 되었을까. 여기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4.
첫째, 조국 사태는 민주당이 정치에서 명분을 상실한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당의 합리성이 실종된 게 문제의 본질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다수 국민이 생각하는 공직자 자격에 미흡했음에도 여기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며 당에서 밀어부쳤다. 당은 청와대와 정부의 신중한 태도와 달랐다. 열성당원들의 요구를 거부하면 곧 있게 될 총선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 결과 조교수 가족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고, 이성적 지지자는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유권자로부터 외면당하면 자신의 허물을 돌아봐야 하는데 민주당 당원들은 검찰과 언론에 화풀이를 했다. 일부 강성 의원들은 이들의 요구에 맞춰 춤을 췄다. 민주당에도 당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 의원들이 적지 않았겠지만 목소리를 내진 못했다. 공천권을 가진 당원들이 경선 결과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경선 탈락이 두려운 게 당연하다고 본다.

5.
둘째, 민주당이 유권자 중심정당에서 당원 중심정당으로 변한 데에 있다. 민주당은 당대표 선출권에서 대의원의 권한을 당원으로 이전해왔다. 바람직한 변화다. 하지만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원에게 공천권의 50%를 주면서 민주당은 유권자 중심에서 당원 중심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유권자에게 정당을 개방했을 때 성공했고, 닫았을 때 실패했다.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 2016년 총선의 기적적 승리에는 국민개방경선이 있었다. 개방경선에서야 집단지성이 만들어지니 당연한 결과다. 2012년 총선, 2014년 지방선거 패배 뒤에는 당지도부의 공천권 전횡이 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민주당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건 초대박으로 승리한 2020년 총선에서였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게 된 건 자유한국당이 탄핵의 혼돈 속에서 공천이나 선거전략에서 실수를 연발한 덕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와 남북화해에 대한 기대,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이 선거 압승을 가져오면서 나도 민주당의 당원 중심정당이 가져올 폐해를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당원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평소 당 지도부와 다른 소리를 내왔던 김해영, 금태섭 의원 등이 경선에서 탈락하자 그 공포가 실제보다 과장되게 부풀려졌다.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했던 박용진, 조응천 의원은 경선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원과 다른 소리를 내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잘못된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6.
셋째, 강성당원들의 당 게시판 점령과 SNS의 영향력 확대는 조용한 다수의 목소리를 집어삼키고 소수 강경 당원이 득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SNS에서 선명하고 강경한 입장이 인기를 끌면서 수백명이 우기면 진실이 되는 삼인성호가 현실이 됐다. 집단사고를 집단지성이라 우기며, 노무현 전대통령이 원칙을 중시하고 신사적이어서 실패했다며 이기기 위해 우리편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진영논리가 난무했다. 겉으로는 노무현 트라우마로 민주당 일부 당원이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노무현 실패론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민주당의 주류가 된 것이다. 만연한 흑백논리로 이성은 실종됐다.
이렇게 염치를 잃은 양당제는 누가 더 나쁜지 경쟁하는 악순환의 다람쥐 쳇바퀴를 돌면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어떤 의미도 갖기 어렵게 됐다. 정당재편성이론으로 보면 현재 양당의 지지도는 극에 달해야 정상인데 양당은 상대가 싫어 결집함으로써 30% 초반대의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다. 한 택시 기사의 말이 뼈를 때린다.

"과거엔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정중히 사과라도 했는데 요즘은 뭘 잘못했냐고 오히려 적반하장이에요. 우리 정치는 확실히 퇴보했습니다."
**************
이어서 (2) 국힘과 윤석열 정부의 문제 (3) 5류정치를 전복하기 위한 정치혁명의 순으로 공유하겠습니다.
장문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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