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에 집 팔아서 전세 이사간다.

임대차 3법에 집 팔아서 전세 이사간다.

임대차 3법이 2020.7.31.부터 시행됐다.
주요 내용은 계약갱신청구권(세입자의 2년 계약 보장을 추가로 2년 연장 보장)과 전월세상한제(계약 갱신시 5% 제한), 전월세신고제(계약 후 30일 내 계약내용 신고, 전산 시스템 관계로 2021.6부터 시행) 등이다. 정부는 세입자를 위한 법이라고 공언하였으나, 눈 앞의 현실은 임대인뿐만 아니라 세입자들도 피해가 크다.

나는 연말에 이사를 가게 됐다. 전세계약서를 보니 10년 동안 아무 탈없이 살았던 집이다. 그동안 2년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5차례나 연장하여 살던 집이다. 그런데 올해는 두어달 전 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했다. 의심의 여지없이 6.17 대책과 임대차 3법 때문이다. 10년 동안이나 주인이 아무 말없이 지냈는데, 올해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6.17 대책과 임대차 3법에 따라 주인은 최소 2년간 실거주를 해야 재건축 분양권 자격과 양도세 절세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인은 전세를 연장하기보다 자신의 집에 와서 살아야 득이 된다. 주인이 살겠다고하면 임차인은 집을 비워줘야 한다. 물론 주인이나 그 직계 가족이 아닌 다른 임차인을 구한다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여 집을 비워주지 않아도 된다. 계약 기잔 중 제3자와 매매를 하게 된다면 주인은 임차인을 내보내기 위해 달래야할 처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주인한테 돈을 받고 이사가는 임차인도 있다고 한다. 

새 임대차 3법은 부동산 시장에 많은 충격과 혼란, 불만을 낳고 있다.

우선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전세가가 치솟고, 기존의 전세 매물이 월세나 반전세 매물로 바뀌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법 시행으로 낡은 아파트를 소유한 집 주인들이 전세를 연장하지 않고 입주하는 것도 전세 매물을 사라지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평소 전세 매물이 15~30개 정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한 개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거나, 주인이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입주를 결정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어졌고, 그러다보니 전세가가 한달새 1~2억원 이상 뜀박질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전세가가 올라도 수요가 뒤따르니 급등한 전세가가 과도하다고 비판하기도 어렵다.

급등한 서울 전세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올해 김포 소재 아파트를 팔았다. 팔고 나서 11월 초순 주변 시세가 꿈틀거리다가 갑자기 급등했다. 한달 새 수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 오른 것이다. 팔고 나서 가격이 오른 터라 나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었다. 언론에서 김포가 금포가 됐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마치 난리라도 난 듯 김포 집값 상승이 이슈가 되자 국토교통부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공지했다. 2020.11.20.부터 조정대상지역이 됐다. 취득세와 양도세가 가산되는 등 각종 규제가 시작된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이사갈 일만 남았다.

'뜨거울 때 꽃이핀다 - Yeol -' 을 알리는 포스트 촬영

임대차 3법으로 10년간 내집처럼 살았던 전세집을 떠난다. 적당한 평수의 매물이 없어서 조금 큰 평수라도 붙잡기로 했다. 급등한 전세비를 마련하기 위해 20여년 동안 보유했던 집을 팔았다. 집 팔아도 폭등한 서울 전세비에 못미쳐 마이너스 대출을 준비 중이다. 그나마 조정대상지역으로 발표되기 전에 팔게되어 장기보유혜택이라도 받게 된 것을 큰 위안으로 삼아야 할 판이다.

문재인 정권은 임대차 3법을 일방적으로 개정해놓고, 이 법이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달라고 하는 것은 후한무치한 일이다. 국민생활에 직결된 정책은 어느 일방이 아니라 공리공존하는 방식으로 시행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모두에게 불이익과 불편을 준다면 그건 악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