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상풍 주사를 맞았다. 파상풍 주사는 아마 평생 처음 맞는 것 같다. 녹슨 못에 발바닥이 찔렸기 때문이다. 주말이라 응급실이 한산했는데도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됐다.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주사와 약처방을 받았다. 주사약을 조제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았다.
의사의 설명에 따르면, 파상풍 주사의 효과는 약 10년 간다고 했다. 10년이 지나면 면역이 사라지므로 다시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주사는 양쪽 어깨에 한 대씩 총 2대를 맞았다. 한대는 급속 효과가 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완속 효과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약효의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 코로나19 사태 때 예방주사를 3번 맞았는데, 주사 바늘이 피부를 관통할 때 '따끔'하는 정도의 자극을 받았다. 주사 자국에 솜을 붙이지 않아 그 이유를 물어봤다. 파상풍 주사는 혈관이 아닌 근육에 놓는 주사여서 피가 나지 않기 때문에 솜이나 밴드를 붙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조제약도 3일치 처방을 받았다. 병원 측은 하루 3번 식후 복용할 1회당 약봉지에 들어있는 알약에 대해 항생제(2알)와 소화제(1알), 소염제(1알)를 각각 알려주었다. 상처 부위가 곪을 수도 있으므로 항생제 처방을 한다고 했다.
택시를 타고 병원 응급실에 가서 처방을 받고 나오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시종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 사무실에 나가던 중 을지로 인쇄소 골목에서 벌어진 일이다. 골목에서 종이를 실어 나르는 지게차를 피하다가 인쇄 공장에서 이곳에 버린 나무에 박혀있던 못에 찔린 것이다. 인쇄 공장에서 종이를 쌓을 때 땅바닥에 까는 나무상자를 길가에 세워놓으면서, 못이 박혀있는 나무상자 조각을 길가에 방치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게차를 피해 가는데 갑자기 발바닥이 갑자기 찔린 듯 아팠다. 신발 밑창에 못이 달린 나무 조각이 붙어있었다. 손으로 뽑으려고 잡아당겼으나 잘 빠지지 않았다. 신발을 벗은 후 밑창에서 못을 겨우 빼냈다. 나무 밖으로 삐져나온 못의 길이가 3cm가 넘었다. 신발 밑창이 1.5cm라면 최소 1cm 이상은 살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양말을 벗고 살펴보니 피가 흘러서 퍼져 있었다. 반경 2.5cm 정도 될 듯했다. 이 소식을 듣고 얼마 후, 인쇄소 사장이 와서 요오드징크로 소독을 하고 붕대를 붙여 주었다. 그리고 직원에게 병원 응급실로 가서 치료를 받도록 하라고 했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런 일로 병원 가서 시간을 뺏기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짜증이 났지만, 참기로 했다. 이런 사고는 나의 부주의 때문인가, 인쇄소 직원의 부주의 때문인가? 좁은 골목길로 지게차가 오는데, 지게차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발 아래 못이 하늘을 향해 놓여져 있는 것까지 유심히 살펴가면서 걸어가야 하는 것일까?

파상풍 주사 처방에 앞서 간호사와 의사가 차례로 찾아와서 몇 가지를 물었다.
10년 내에 파상풍 주사를 맞은 적이 있느냐,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이 있느냐, 당뇨병이 있느냐,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게 있느냐, 항생제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느냐, 뼈를 찔렸을 수도 있으니 X-레이를 찍을 수도 있다 등등 기본 적인 사항을 물었다. 나는 X-레이까지 찍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 이런 저런 질문을 받고 답변해야 하는 처지가 괴로웠다. 주사 맞는 걸 제일 싫어하는데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세상 일은 아무리 주의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원인 제공자가 있다는 것이다. 원인 제공자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간과 정신, 체력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무심코 안쪽에 치워놓은 나무상자에서 떨어져 나온 나무 못에 이런 사고가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한편 이번 일로 파상풍에 대해 알아봤다.
파상풍은 상처에 침입한 균이 생성하는 독소가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켜 근육 경련 또는 근육 경직, 오한, 호흡 마비 등을 일으키는 전신적 통증 질환이다. 원인은 토양이나 분변에 있는 파상풍균이 피부나 점막의 상처로 들어가서 발생한다. 클로스트리듐(Clostridium tetani)이라는 균이 원인균이라고 한다.
흔히 녹슨 못에 찔리거나 동물에 물려서 감염된다. 심지어 넘어져서 상처가 났을 때, 피어싱이나 문신을 했을 때, 곤충에 쏘였을 때도 감염될 수 있다. 신생아 파상풍은 출생 시 탯줄을 소독하지 않은 기구로 절단하거나 배꼽을 비위생적으로 처치한 경우 발생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파상풍의 잠복기는 24시간 이하부터 한 달 이상까지 다양하다. 근육 경직의 경우 입을 열지 못하고, 음식을 삼키기 어렵다. 안면 경련 등 사소한 자극에도 경련이 일어나며 목과 등이 활모양으로 휘는 전신 경련도 나타난다. 호흡기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면 호흡 곤란을 겪기도 한다.
파상풍 예방을 위한 적절한 임상병리적인 검사는 없다고 한다. 파상풍이 아닌 환자에게서도 양성이 나올 수 있으며, 파상풍인 환자에게도 배양율도 높지 않아 임상적 의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상풍 환자는 호흡 곤란을 겪게 되면 즉시 중환자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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