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시낭송 콘서트에 갔다. 어느 시낭송모임에서 주최하는 행사였다. 지인의 소개로 귀한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시낭송가들의 시 낭송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행사는 1, 2부로 나눠 진행됐다. 시 낭송가들의 시 낭송뿐만 아니라 중간에 노래와 하모니카 연주 프로그램도 들어있었다. 회원들의 시 낭송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졌다. 가수 못지않은 실력으로 가을을 노래하고, 젊은 날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하모니카 연주는 단풍이 물든 늦가을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나도 시 낭송 기법을 배워서 이런 곳에서 시를 낭송하면 어떨까.
시 낭송을 배워서 시낭송 대회에 나간 적이 있는 지인 몇 사람이 나에게 시낭송을 배울 것을 권유한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사양했다. 이유는 "사투리가 심해서 힘들다"는 것이었다. 지인들은 "사투리는 사투리대로 맛이 있어서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사투리가 섞이면 안 된다'는 나의 선입견은 여전하다. 마음 한쪽은 배우고 싶지만, 다른 한쪽은 '나는 안돼!'라는 생각이 교차하고 있다. 어쨌든 시 낭송가들이 시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와서, 자신의 음률과 감정으로 시를 낭송하는 모습은 부럽기도 하지만, 그들의 열정에 존경심이 절로 난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을 두 낭송가가 합동으로 낭송하면서, 짧은 퍼포먼스를 연출한 장면이었다. 연세가 지긋한 두 여성이 남장 복장과 보따리를 든 할머니 복장을 각각 준비하여 시를 시각적으로 해석해주면서, 낭송을 한 것은 후배 낭송인들에게 큰 본보기가 아닌가 싶었다. 두 사람은 낭송이 끝난 후, 큰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다음에는 더 철저히 준비해서 하겠다"고 답례를 표시한 이 분들의 열정은 가히 지칠 줄 모르는 청춘열차처럼 느껴졌다.
시 낭송인들이 가을을 보내며 이런 의미있는 행사를 갖는 것은 그 자체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한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시 낭송 중에 일부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이동하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안내 접수대가 낭송장 안에 비치되어 있어서, 안내 데스커 관계자와 늦게 입장하는 사람들과 대화 소리가 시 낭송가의 음률을 감상하는 데 방해물이 됐다. 자녀를 데려온 부모가 있었는데, 자녀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장내에서 뛰어다니는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서로가 잘 아는 모임의 행사일지라도, 시 낭송을 하는 동안에는 서로가 조용하게 감상해주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가까운 사람일 수도록 더욱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시 낭송은 장내 분위기에 따라 낭송가가 시구를 잊어먹거나, 감정이입을 하지 못해 낭송을 망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서로가 미리 주지하여, 장내를 시종 차분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유지하는 것이 기본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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