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를 다녀왔다. 1년에 네댓 번은 다니는 것 같다.
스케일링을 한번 하면 잇몸치료를 두 번 받는다. 전문지식이 없으므로 치과 원장님이 조언하는 대로 따른다. 그렇다고 원장님이 하자는 대로 무조건 따르는 건 아니다. 어떤 때는 과잉진료를 의심하기도 하는 것이다.
며칠 전, 치과 예약 날짜 알림 메시지를 받았다. 단골 치과여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려고 하나보다 생각했다. 수개월 전 스케일링을 하면서, 원장은 "치아 상태가 아주 안 좋다"며 "뽑아버리고 임플란트를 해야겠다"고 제안했다. 거울로 치아 상태를 보여주었는데, 잇몸과 이빨 사이가 썩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뽑고 싶지 않습니다. 좀 더 쓰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그때 뽑겠습니다." 나는 원장의 임플란트 권유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원장은 "허허~."하고 웃었다. '이 사람 고집은 못 말리겠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그때 원장이 상태가 안 좋다고 지적한 이빨은 왼쪽이었다.
그런데, 이번 알림을 받고 예약 시간에 맞춰 치과를 찾았다. 원장님은 "그동안 잘 지내셨냐?"며 안부를 묻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예약 시간보다 20분쯤 일찍 갔는데, 앞 환자들의 치료가 늦어져 예약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진료가 시작됐다. 원장은 이빨 치료를 시작한 후, "여기에 고름이 나온다"며 3년 전쯤 임플란트를 했던 오른쪽 이빨을 지적했다. 치통 증세를 전혀 느낀 적이 없어서, '고름이 나온다'는 소리가 진정성 있게 들리지 않았다. 나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치과 기구를 이용해 잇몸과 이빨 사이를 치료 중이었으므로 사실 말을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내가 이날 신경 쓴 것은 딱 하나였다. 치과에 온 김에 이빨을 때운 곳에 생긴 검은 때를 제거하고 싶었다. 앞니 쪽에 그게 많이 생겨서 평소 웃을 때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치료가 끝난 뒤, 나는 "이빨 때운 곳에 생긴 까만 때를 제거하고 싶은데요."라고 말했다. 원장은 "때운 것은 한 3년 정도 가면 새로 때워야 한다"면서 "때를 제거하다가 이빨이 더 패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는 '다른 치과에서는 무료로 해주던데요'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이 치과에 다니기 전에 다녔던 치과에서는 친분 관계 때문인지, 때운 곳에 생긴 때를 무료로 제거해준 적이 두어 번 있었다.
치과용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원장은 마음을 바꿨는지 웃으면서 "내가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웽웽~"하는 그라인드 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리가 멈췄다. "아주 잘 됐다. 거울 한번 봐요"라고 했다. 간호사가 동그란 거울을 내 얼굴 앞으로 가져왔다. '아주 잘 된 것은 아니지만, 그만하면 됐다.' 싶었다. 원장에게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하자, 원장은 흐뭇해하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치료비 정산을 위해 출입문 쪽 안내 데스크에 가서 "오늘 치료한 것이 스케일링인가요?"하고 물어봤다. 계산대를 봐주던 간호사가 "잇몸 치료 한 것입니다"라고 했다. 치료받는 내내 '스케일링을 하는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잇몸치료를 했다고 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지난 상반기 중에 스케일링을 한 적이 있었다. 잇몸치료를 두 번 받으라고 했는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한번만 갔다. 그 나머지 1번을 6개월이 거의 지난 이날 했다는 뜻이었다. 차라리 스케일링을 해야 할 시기인데 말이다.
아무튼 치료비를 계산했다. 영수증에 20,500원이 나왔다. 미백도 했으니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잇몸치료는 2번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한다. 2번째 치료가 가능한 시간을 알려달라고 했다. 이틀 후에 또 예약을 했다. 스케일링 없이 잇몸치료만 두 번 연속 하게 된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歌(시·가) 열리는 가을향연에 가다 (0) | 2024.11.16 |
---|---|
고 장기표 선생의 마지막 책상을 보면서 (0) | 2024.11.15 |
어느 시 낭송회를 보고 (1) | 2024.11.12 |
"김문수는 거짓말 하지 않는 사람" (2) | 2024.11.11 |
어화너 (6) | 2024.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