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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어느 날 아침 외투를 입고 대문 밖으로 나섰다.
으스스한 바람이 쌔앵 하고 코 앞으로 지나갔다.
찬바람에 실려온 빗방울이 손바닥 위로 톡톡 떨어졌다.
나무와 생이별한 낙엽들이 빙글빙글 공중에 날렸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바람은 어디로 가는가.
빗방울은 어디로 가는가.
낙엽들은 어디로 가는가.
세상 만물은 다 어디로 가는가?
아침 출근길에 인근 공터에 낙엽이 소복이 쌓여있었다. 큰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잎이 대부분이었다. 땅 위로 올라온 뿌리가 추워서 얼까 봐 낙엽들이 모여서 이불처럼 덮어주는 것 같았다. 찬 바람이 불면서 비도 추적추적 내렸다. 빗방울 하나하나가 겨우 붙어있던 낙엽과 은행을 하나씩 떼어내는 듯했다. 나무 아래엔 은행잎과 은행알이 계속 쌓이고 있었다. '은행잎 반, 은행알 반'이었다.
은행나무를 비롯해 각종 유실수들은 한 해의 결실을 땅 위로 떨어뜨려 세상에 나눠주고 월동 준비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몸집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잎과 알을 모두 떨궈서 필요한 곳에게 주는 것이다. 사람들도 이런 나무들처럼 가족과 이웃들에게 자신의 결실을 나눠주고 겨울을 맞으면 어떨까 싶다. 겨울이 지나면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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