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전역 20여 년만에 연락 온 군대 동기

polplaza 2021. 2. 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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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6월 13일),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왔다. 
"혹시…  누구 계시냐?"라고. 나를 찾는 전화였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라고 했더니 전화 건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대면서 모르겠느냐고 물었다.

23년 전 강원도 양구에서 군생활을 함께 했던 군대 동기였다. 민유식이다.

크아, 입대 동기이면서 하교대 동기인 친구가 20년이 지나서 나를 찾아 전화를 주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군대에서 같이 휴가 나왔을 때 수원에 있는 그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어서 나는 그를 가끔 생각하곤 했었다. 양구에서 신병훈련을 같이 받고, 같은 대대에서 생활하다가 상병 때 하교대로 입소해 분대장 교육을 같이 받았던 친구다. 그 시절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전우다.

이 친구, 내 사무실 전화는 어찌 알고 전화를 했을까?

친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내 사무실을 알아냈다고 했다. 유명인사(?)라서 찾을 수 있었다고 농을 건넸다.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유명인사가 그렇게도 없나, 내가 유명 인사게 말이다.

친구는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쓴 '행군의 아침'의 초고가 됐던 추억의 병영일기를 읽어보기도 했다고 했다. 추억의 병영일기는 사이버정치마당(www.polplaza.com)에 올려놨는데, 그것을 찾아서 읽었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읽다가 갑갑해서 아예 책을 구매했다고 했다. 올 초쯤 교보문고에 주문을 했더니 열흘 정도 걸려서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내 책을 들고 주변에 자랑도 좀 했다고.

그런데 행군의 아침은 더 이상 찍지 않아서 일반 서점에서는 거의 절판 수준일 텐데, 어떻게 구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교보문고는 참 대단한 서점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화제를 돌려 우리는 잠시 다른 동기들의 안부를 묻다가 자녀 이야기도 나눴다. 그리고 친구는 수원에 있는 금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퇴근 후에는 짬을 내서 인터넷에  백두산부대(우리가 근무했던 부대) 전역자들을 중심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회원들을 모아 부대를 방문하기도 한다고 했다. 

나는 문득 40대 중반을 지나 20여 년 전 그 장소로 돌아간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하는 상상을 했다. 친구는 이미 몇 번 당시 근무했던 지역을 다녀온 모양이었다. 행군의 아침에 나오는 '2중대'가 자리 잡고 있었던 그곳은 많이 변해 있었다고 했다. 

그래도 만일 기회가 온다면, 그곳으로 가보고 싶다. 신병훈련소와 1대대, 1중대와 2중대가 있었던 그곳을, 또 기회가 닿는다면 철책선 능선을 따라 부식을 나르고, 주야간 경계근무를 섰던 OP에도 올라가 보고 싶다.

민유식 분대장, 친구의 당시 직책이다.

민 분대장의 전화 한 통으로 젊었던 시절의 군대 추억이 나를 잠시 감상에 젖게 만들었다. 

중대장님, 소대장님, 선임하사님, 그리고 장 분대장, 박 분대장, 최 병장, 김 병장. 조 상병 등등, 모두 잘 계신가요.

민 분대장과 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에서 한 번 보기로 했다.  민 분대장의 근무처가 수원이어서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도 희끗한 머리가 많을 듯한데, 틀렸을까. 말소리를 들어보니 여전히 심성은 변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출처: 행군의 아침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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