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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획자' 김건희 씨, '알베르토 자코메티' 기획전 돌아보니

polplaza 2022. 1. 2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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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이전에 '전시기획자'로서 코바나컨텐츠의 김건희 씨를 살펴보고자 한다. 김 씨는 2017.12.21부터 2018.4.15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스위스 출신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을 주관했다. 이 전시는 국민일보와 기아코메티가 주최하고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한 행사로, 20세기 최고의 조각가로 평가받는 자코메티의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특별전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씨는 이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의 삶과 죽음, 그의 연인과 예술성에 대해 소개했다. 또한, 한국특별전에 자코메티의 세기의 걸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 '걸어가는 사람'의 석고 원본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게 된 사실을 알리며 영광이라고 했다. 김 씨가 이 전시회를 통해 자코메티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보면, 김 씨의 삶과 내면도 어렴풋이 짐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코메티의 조각 작품 '걸어가는 사람'/ 김건희 씨 SNS)


김건희 씨는 당시 자코메티 한국전을 마치는 소감 글에서 "인생이란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환상 같은것이 아니라, 끝없는 외로움 속에서도 살아있다는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라는 걸 알려주었다"며 "당신처럼 위대한 천재가 별 볼일없는 우리처럼 같은 걸 고민하고 아파했다는 것도 참 위안이 된다"고 적었다. 그녀는 "당신도 우리처럼 같은 두려움을 가진 나약한 인간 이었더군요"라며 "그래서, 평범함과 열등감에 휩싸여 딱딱한 껍질을 달고 살아가는 우리들도 어쩌면 당신처럼 위대해질 수 있다는 희망도 가져본다"고 했다(2018.4.15. 김건희 글에서).

전시종료일을 며칠 앞둔 시기에는 "(2017년) 12월21일 이후로 여지껏 나와함께 있어주며 이곳을 지켜준 너.. 나와 무수히 많은 대화를 나눠주던 워킹맨.. 오늘은 곧 다가올 이별이 너무도 아쉬워 너의 눈을 지긋이 오랫동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쓰러진 나를 일으켜세워 같이 걸어주던 워킹맨.. 아.. 매일매일 보는 너의 눈이지만 매일 나를 흔들고 마는 너는 알베르토의 영혼이 담겨있음이 틀림이 없구나"라고 적었다(2018.4.12. 김건희 글에서). 워킹맨(Walking Man)은 '걸어가는 사람'의 영어 이름이다. 세기의 걸작을 한국에 전시하기까지 가슴을 졸이며 마침내 성사시킨데 대한 주체할 수 없었던 감흥을 읽을 수 있다.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에 전시된 '걸어가는 사람'/김건희 SNS)

'걸어가는 사람 1(L'homme qui marche I)'은 지난 2010년 2월 3일(현지시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6500만1250파운드(1억432만7006달러·약 1200억원)에 팔려 당시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1200만 파운드로 경매가 시작된 자코메티의 조각은 8분 만에 익명의 전화 참가자에게 낙찰됐다고 당시 언론은 보도한 바 있다.

(2010년 2월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에 낙찰될 '걸어가는 사람1'/ 사진: artscash.com)

철학자들과 역사가들은 '걸어가는 사람1'을 두고 "2차세계대전 이후 암울한 의식세계를 상징하는 작품"이라며 '위대한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자코메티는 생전에 전쟁의 잔혹행위를 언급하는 걸 거부했다. 하지만 "공허감은 모든 곳을 관통하고,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허무를 감춘다"고 말함으로써, 인간 존재의 부조리와 취약성을 인정했다.

이 작품은 움직임과 시간을 정적인 대상에 통합하려는 작품으로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가느다랗게 경직된 몸체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마구 찢겨져 나간 침울한 작가의 모습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가 작품에서 살과 근육을 비우고, 덜어내고, 마침내 두상과 시선에 집착한 것은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려는 시도가 아니었던가 싶다.

김 씨는 작가의 사상을 설명하면서 불상과 예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자코메티가 사랑한 동양의 사상'이란 글에서 "그는 곧 동양의 사상의 근간이 되는 동양의 철학에 대해 무척 궁금해했으며,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며 "샤르트르와도 동양사상에 대해 많이 의견을 주고 받은 자코메티는, 보이는 세계보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동양적 접근방식이 자신의 예술관과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그의 마지막 유작 로타르 좌상을 보면 마치 불교의 좌상을 보는듯한 느낌이 강하고 그 눈빛에서는 생명에 대한 예수의 마지막 강렬한 염원을 담은 열망이 보인다"고도 했다(2018.03.05. 김건희 글에서).

(앉아있는 남자의 흉상(일명 '로타르 좌상'), 청동, 1966/ SNS)

(년도 미상 자코메티의 드로잉/ 자코메티재단 제공(김건희 씨 SNS))


김 씨는 전시회 기간 중 관람객들의 평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2018년 2월 27일 SNS에 "관람객들이 남긴 전시 후기를 꼼꼼히 확인해 보는 나로서는 전시 평가에 대해 매우 예민할 수 밖에 없다"며 "하나하나 내 손으로 만들어진 전시는 곧 나의 대한 평가이기도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유는 "꽤 많은 분들이 전시장 안에 써있는 수많은 텍스트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한다"며 "텍스트 때문에 작품감상에 대한 묘미를 잃는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자코메티의 연인 이야기를 설명한 내용도 불만을 샀던 모양이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자코메티는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이, 전 시대의 예술가들과는 전혀 달랐고, 시각적 망막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가는 더욱 아니었다"면서 "이 사람의 작업에는 모델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위대한 작품과 예술세계를 이해하려면 모델과의 관계, 그들의 비밀 스토리를 아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 김 씨의 생각이다.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이해하기 쉽도록 사명감으로 설명한 텍스트가 오히려 불만을 초래했던 것이다. 자신의 진심이 전달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관람객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설명하는 글이 많아서 정작 작품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됐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던 반면, 자코메티에 대한 글이 많아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세상을 살면서 관점에 따라, 개인의 감정에 따라 상반된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자코메티의 아내 아네트(오른쪽)와 그녀의 친구(1950년)/ SNS)


김건희 씨는 자코메티의 사생활인 '여자문제'에 대해서도 기술했다. 그는 "대부분의 여성은 자코메티의 예술의 세계는 인정하지만, 도저히 그의 사생활은 존중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를 거의 대부분 하고있다"며 "더욱이 돈이 아주많고 세계적 명성을 가진 예술가가 사랑하는 여인이 고작 '술집여인'이란 점 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고 적었다. 김 씨는 "자코메티에게는, 그의 마지막 예술세계에 결정적인 걸작을 남기게 해준 캐롤린이 자신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며 "그녀의 살아있는 '시선'속에 평생 찾아온 '생명력'을 발견하고 그의 모든 조각과 회화 작품속에서의 전과는 현저히 다른 독특한 '시선'을 처리한 방식이 돋보인다"고 했다(2018.02.17. 김건희 글에서).

자코메티를 빛나게 해준 사람은 그의 부인 아네트가 아니라 '술집여인' 캐롤린이었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자코메티가 왜 아네뜨보다 덜 예쁜 캐롤린을 더 사랑했을까라고 의문을 세상에 던져주고 있다. 사랑이란 외모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제 눈에 안경'이란 말이 적당한 대답일지 모르겠다.

김 씨는 "자코메티의 걸작을 탄생하게 해준 캐롤린"이라며 캐롤린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자코메티의 전 작품을 보존하고 정리하여 자코메티를 결국 세계 최고의 독보적인 예술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아내 아네트"라고 평가했다. 그는 "둘 다 그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뮤즈' 였던것 만큼은 확실하다"고 정리했다.

김 씨는 작가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평가하고 이해함에 있어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으로, 캐롤린에 빠졌던 자코메티의 외도에 대해 걸작을 탄생시킨 '찐사랑'으로 이해하는, 관대한 인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코메티와 캐롤린(왼쪽 사진), 자코메티와 아네트(1953년, 오른쪽) / 김건희 씨 SNS)

(2017년 배포된 자코메티 특별전 홍보물에 나타난 주관사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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