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신경마비 진단을 받은 지 39일째다.
지하철을 가다가 지압을 받았다. 일반적인 손을 이용한 지압이 아니라 자석이 달린 원통 기구를 밴드에 싸서 압박했다. 생전 처음받는 지압법(?)이었다. 상담을 받으러 들어갔다가 치료를 받기로 했다. 1시간 정도 지압을 받는데 3만원이라고 해서, 한번 받아보기로 했다.
마비가 온 쪽의 눈 옆과 왼쪽 입 꼬리에 뭔가를 갖다대더니 그것을 고정하기 위해 밴드 같은 것으로 조였다. "붙인 게 뭐냐"고 했더니 "지압용 자석"이라고 했다. "살에 직접 닿으면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했으나 "직접 닿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여하튼 얼굴에다가 붕대를 싸매는 듯한 기분이 들이 조금 불쾌해졌다.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얼마 후 뒷목과 등뼈 끝 부위, 무릎 뒤쪽에 같은 방식의 치료를 했다. 중간에 그만두려다 참고 버티었다. 치료가 될 것 같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과 너무나 판이한 이상한 치료법이었다.
아프고 불편한 것을 겨우 참고 버텼다. 아저씨는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의사도 따기힘든 심리치료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입꼬리가 항상 올라가야 치유가 잘 된다고 강조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억지로 웃을 이유가 없었다. 아저씨는 "말을 많이 해야 건강에 좋다"면서 "말을 많이 하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특허 받았다'는 지압법 차체가 황당하게 여겨져 마치 실험 대상이 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웃음 대신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하루 두세번 정도 자동적으로 나오는 눈물이었다. 양쪽 눈에 인공눈물을 넣기도 하지만, 마비된 왼쪽 눈에서는 가끔 눈물이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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