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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기표 선생 빈소 조문을 통해 본 정치인들의 미묘한 동향

polplaza 2024. 9. 2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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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원한 재야' 장기표 선생이 2024년 9월 22일 새벽 국립 암센터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고인은 9월 26일 경기도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에 안장됐다. 장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이재오) 주관으로 사회장이 결정돼 5일장으로 치러졌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정계, 관계, 노동계, 학계, 문화계 등 각계각층의 수백명의 인사들이 조화를 보내거나 직접 조문을 다녀갔다. 그들을 통해 주목할만한 미묘한 기류를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전·현직 대통령들의 반응을 보면 매우 대조적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고 조의를 표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고인에게 추서된 국민훈장 모란장)


윤석열 대통령은 조화에 이어 정진석 비서실장을 보내 애도를 표시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장기표 선생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으로 우리 시대를 지키신 진정한 귀감이셨다"며 "장기표 선생의 뜻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인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추서하는데도 적극 지원했다. 장 선생이 생전 윤 대통령에게 비판과 쓴소리를 많이 했음에도 최대한 예우를 보여주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유족을 위로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직 대통령 중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고 직접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一生(일생) 헌신하신 장기표 님을 높이 평가드리고 존경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 전 대통령은 부의금을 내기도 했는데, 대통령 퇴임 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반면 생존해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화도 없고,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고인이 두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비판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감정의 골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과 함께 3부 요인 중 한명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했다. 반면 대법원장을 비롯해 사법부에서 보낸 조화는 없었다. 행정부에서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신원식 대통령실 안보실장, 김영호 통일부장관, 이상민 행자부장관, 김문수 노동부장관 등이 조화를 보냈다. 김문수 장관은 장례집행위원장을 맡아 일과 시간 이후 매일 빈소를 지켰으며, 신원식 실장은 별도로 조문을 다녀갔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극과 극의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서범수 사무총장,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들과 최형두 조은희 의원 등 소속 의원들 상당수가 근조 화환을 보내 애도를 표시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황교안 전 총리, 주호영 국회 부의장, 이주영 전 국회 부의장,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 박완수 경남지사 등도 조화 또는 근조기를 보냈다. 당 대변인을 통해 고인에 대해 애도 논평을 냈다. 주호영 부의장과 김기현 전 당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 조은희, 김민전 의원 등은 빈소에 와서 조문을 했다. 특히 조은희 의원은 다리 부상으로 절뚝거리며 조문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조문 마치고 나오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반면 원내 제1당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침묵으로 일관하다시피 했다. 장례가 끝날 때까지 대변인의 논평도 없었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표를 거세게 비판한 고인에 대한 감정의 골이 남아있었기때문으로 짐작된다. 그런 와중에도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민병덕 의원이 '소신있게' 빈소를 다녀갔다. 박지원 의원은 조화 바구니를 보냈다. 이재명 대표는 '원내 제1당과 당 대표가 대한민국 민주화에 기여한 고인을 외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는 일부 언론의 비판이 나오자 발인 하루 전인 25일 오전 부랴부랴 조화를 보냈다. 일각에서는 '속 좁은 정치의 촌극'이라는 냉소가 흘러나왔다.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와 천하람 원내대표가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제3당에서는 개혁신당의 허은아 대표와 천하람 원내대표가 조화를 보낸데 이어 빈소에 와서 조문을 했다. 허 대표와 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장기표 선생의 뜻을 개혁신당이 이어받도록 노력하겠다"는 요지의 말을 남겼다. 장 선생의 뜻이란, 생전에 고인이 주도했던 국회의원의 특권폐지와 정치 개혁을 의미하는 것이다. 새미래민주당의 전병헌 대표도 조화를 보내고 직접 빈소를 방문해 조의를 표하고 갔다. 자유통일당에서는 이종혁 혁신위원장이 조화를 보낸데 이어 당직자들과 함께 빈소를 방문해 조의를 표했다. 자유민주당 고영주 대표와 깨어있는시민연대 이민구 대표도 조화를 보낸데 이어 빈소를 다녀갔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전 대선후보도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시했다.

현역이 아닌 전직 의원들이나 재야권 인사들의 경우엔 여야 노선을 가리지 않고 빈소를 찾았다.

(정대철 헌정회 회장(오른쪽)과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


민주당 계열에서는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부영 전 의장과 김부겸 전 총리를 비롯해 정운찬 전 총리, 정대철 헌정회 회장,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박계동 전 의원, 김성식 전 의원, 그리고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김민웅 목사, 박재동 만화가 등이 조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기정 광주시장은 근조기를 보냈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장례위원회 호상을 맡은 이재오 전 특임장관을 비롯해 최재형, 최승재, 박찬종, 이인제, 조해진, 심규철, 이희규, 권태망 전 의원과 유튜브 조갑제tv의 조갑제 대표, 신평 변호사, 고영주 변호사, 이영훈 교수, 안병직 교수, 김기수 전 안기부기조실장 등이 다녀갔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등이 조문했다. 

(조문 마치고 나오는 신평 변호사)


과거 민주화운동 당시 함께 활동했던 김정남 전 청와대교육문화수석, 조춘구 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등 옛 동지들은 매일 같이 장례식장에 나와 조문객들을 맞았다. 고인과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상임 공동대표를 역임한 최성해 동양대 총장도 매일 빈소를 지켰다, 최 총장은 장기표 선생이 창립해 유지해온 신문명정책연구원의 차기 이사장을 맡기로 하였으며, 앞으로 고인의 유지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언론계에서는 연합뉴스 성기홍 사장, SBS 방문신 사장, 한겨레신문 최우성 사장, TV조선 주용중 사장, 스카이데일리 조정진 사장, 뉴데일리미디어그룹 인보길 회장 등이 조화를 보냈다. 또, TV조선 주 사장과 스카이데일리 조 사장을 비롯해 '최보식의 언론' 최보식 기자, 시사저널 전영기 편집국장,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 김구철 전 KBS 기자, 이윤선 전 KBS PD,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전원책 변호사, 손형기 전 KBS PD, 이순임 전 MBC 공정방송노동조합 위원장, 이상곤 전 매일신문 기자 등이 빈소를 다녀갔다.

(조문 마치고 나온 고향 김해 출신 조해진 전 의원 내외)


노동계에서는 전태일 재단과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등이 조화를 보냈으며, 전태일 재단 관계자 등이 장례 기간 매일같이 상주했다. 민주노총은 고인이 생전 민노총을 '망국 7적'으로 비판해서인지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김해의 각 향우회, 마산공고의 각 동창회, 서울법대 졸업생들 중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들의 모임인 서울법대 녹우회가 조화 또는 근조기를 보냈다.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 임현택 회장도 조화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유튜버들 가운데는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 신의한수 신해식 대표, 이봉규 TV,  성창경 TV 등 보수 유튜버들이 대거 조화를 보냈다. 평소 고인과 가까웠던 홍철기tv의 홍철기 대표는 생업을 포기하고 매일 빈소에 나와 조문객을 맞이했다. 유튜버 박완석, 김사랑 씨 등은 유튜브로 현장 중계를 하기도 했다. 반면 진보 유튜버들의 조화는 전무해 대조를 이뤘다. 

고인이 원장으로 재직했던 신문명정책연구원에서는 임직원 등 관계자 상당수가 거의 매일 빈소에 나와 애도를 표하고 일부는 조문객 안내 등 일손을 도왔다. 고인이 주도했던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측 관계자들 중에는 조문을 위해 대구, 광주 등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밖에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비롯해 민청학련동지회, 노회찬 재단, 71 동지회, 이한열 기념사업회 등 민주화운동 단체와 월정사 퇴우 정념  주지스님, 상원사 혜량 주지스님 등 불교계 조화들도 보였다. 학계에서도 부산대학교 최재원 총장, 강릉 영동대학교 현인숙 총장, 권영걸 전 계원예술대학교 총장, 국가교육위원회 정대화 상임위원,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국민대학교 이호선 법과대학장, 황도수 건국대 로스쿨교수 등이 조화를 보내거나 빈소를 방문했다.

장례위원회 집행부의 경우,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호상을 맡은 가운데 고문에 이창복 전 의원, 이우재 전 한국마사회장, 원학 스님을 공동으로 추대했다. 장례위원장은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부겸 전 총리가 공동으로 맡았으며, 집행위원장은 김문수 노동부장관과 문국주 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이 맡았다. 이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흐름이 나타났다. "친이재명"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부영  이사장과 문국주 이사장은 외부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발인식에는 불참했다. 공동장례위원장인 김부겸 전 총리도 영결식까지 참석했다. 9월 26일 거행된 발인식과 안장식까지 함께한 장례위원회 집행부는 호상 이재오 전 장관과 공동장례위원장 김정남 전 수석, 집행위원장 김문수 장관이었다. 이들은 정당과 이념을 떠나 고인과의 관계가 각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빈소에서 상의하는 김문수 노동부장관, 김부겸 전 총리, 이재오 전 특임장관/왼쪽부터)

 

(2024.9.26. 민주화운동기념공원 안장식을 알리는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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