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행군의 아침 도서

친구의 병영일기... '행군의 아침'을 읽고

polplaza 2021. 2. 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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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구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두툼한 책보따리를 싸들고 숨을 헐떡이며

사회에서 만난 친구 중에 가장 정이 가는 친구다.

어쩌면 성장 환경이 나와 비슷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내적인 성향마저도 비스무리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는 내게 책 한 권을 내밀었다. 특유의 겸연쩍은 웃음과 함께...

 

80년대 우리가 경험해야만 했던 군생활에 관한

자신의 병영일기를 책으로 펴냈단다.

입영에서부터 전역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소상하게 그린 ‘행군의 아침’이란 책이다.

나는 집에서 읽을 요량으로 표지만 보고

그냥 가방 속에 넣어 두었다.

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지만….

그날은 몹시 분주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책을 폈다.

책장을 넘기면서 슬슬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오래도록 잊혀졌던 내 청춘의 한 부분이 친구의 글과

오버랩되어 아련히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힘겨웠던 훈련소 생활과 자대 배치 이후 초기에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친구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 남정네들이

한결같이 경험했어야 했던 일들이고 보면

누구도 탓할 수 없었던 우리의 운명이 아니었던가. ㅎㅎ

명단 확인 작업이 끝나고 모두 장정 수송 열차를 타기 시작했다.

나도 배정된 열차의 칸을 찾은 후

어머니에게 "잘 갔다 오겠습니다." 하고 작별인사를 드렸다.

평생 농사일로 검게 탄 어머니 얼굴에 갑자기 홍조가 퍼졌다.

마주친 눈가에서 어느새 눈물이 방울방울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는 그 모습을 감추려는 듯 얼굴을 돌리셨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으시는 것 같았다.

나도 갑자기 눈물이 솟아나려 했다.

… 

"이 새끼들, 눈알에서 탱크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

제식 훈련 때 조교가 눈을 부릅뜨고 우리에게 일갈했다.

동기들은 꽁꽁 얼어붙어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조교가 화난 목소리로 또 말했다.

"이 새끼들, 탱크 굴러가는 소리 계속 낼래?"

나는 속으로 기가 막힌 일이라며 

'아무리 군대라지만 이렇게 조용한데 저 혼자만 탱크 소리가 난다고 저러지' 하고

조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 

휴가는 꿈이고 제대는 전설이다.

...

 

친구는 20여 년 동안 가슴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놓았다. 

나는 밤을 새워 책장을 넘겼다.

아니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친구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나의 군대생활 이야기가 그 속에서 활자로 살아 있었던 게다.

환하게 밝힌 등불 때문인지 집사람은 한동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저녁을 먹고 10시쯤 이 책과 함께 군입대를 새롭게 했다.

전역은 물론 새벽 4시에 했지만 책을 읽으며

진한 전우애를 느끼기도 하고 한편으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함께하며 아파했다.  

불을 끄고 누워 잠을 청했다.

 잠이 오질 않았다. 

20년 전에 했었던 군생활을 새롭게 한 탓인지 몸이 힘들었다.

뒤척이며 그동안 잊고 살았던 전우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이름마저 잊어버린 이가 많았다.

애를 써도 떠오르질 않는 전우들도 있었다.

한 번쯤은 만나 보고 싶다.

다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아갈까.

 

친구의 글이 며칠째 가슴 한구석을 아리게 하고 있다.

 

출처 : 블로그 > 그누네집 | 글쓴이 : 상현 [원문보기]

 

(자료 : 행군의 아침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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