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신경마비(구안와사) 진단을 받은 지 17일째다.
아침에 일어나면 거울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평소에 없는 일이다. 왼쪽 이마와 눈 주의에 미세하지만 어제보다 주름살이 한두개 더 늘었다. 길이도 조금 길어진 것 같다. 평소 같으면 나이 먹어가는 징조이지만, 지금은 신경이 살아나고 있다는 조짐이어서 안도감이 든다. 그러나 이마에 즈름살을 잡아보면 불균형이 확연하다. 오른쪽 이마의 주름살은 많고 깊지만 왼쪽 이마에는 주름살 서너개가 만들어지려다 만, 미완성의 모습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신경이 하나씩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입 모양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웃으면 근육이 자유로운 오른쪽으로 휘어져 올라간다. 모양새가 사납다. 당분간 웃음은 참는 게 좋겠다. 겉모양으로는 판단이 어려워 "우~", "오~", "이"를 해보면서 입모양의 균형을 살펴본다. "우~", "오~" 의 입 모양이 어제보다 불균형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 가야할 길은 멀다고 보이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진다면 분명히 정상으로 돌아올 날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토요일이라 잠시 공원을 산책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 햇살에 눈이 부셨다. 눈이 침침해 빛이 부담스러웠다. 이런 날씨에도 시야가 흐려 눈을 찡그려야 했다.
공원에서는 아이들이 분수대의 물을 흠뻑 맞으면서 뛰노는 모습이 좋았다. 엄마와, 또는 할머니와, 또는 친구들과 노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그런 가운데서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마주 보고 안아주면서 걷기 연습을 시키고 있는, 손자로 보이는 청년에게 눈길이 갔다. 할머니는 그 청년의 허리를 껴안고 잠시 서 있기도 하고, 어정쩡하게 한발 두발 앞으로 떼 놓았다. 한 쪽에서는 아들로 보이는 남성이 밀고 온 휠체어를 탄 할머니가 걸음 걸이용 기구를 앞에 놓고 걷기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한쪽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동네 할아버지들이 장기를 두고 있었다. 이 공원은 남녀 노소가 운동도 하고 즐길 수 있게, 디자인을 잘해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특히 왼쪽 눈과 광대뼈 주변의 피부가 많이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 왼쪽 눈꼬리 부분부터 윗 입술 부분까지이다. 낮에 햇볕을 많이 쬐여서 그런지 모르겠다. 기회 있을때마다 찬물로 세수를 했다. 물기가 마르면 다시 조이기 시작하지만 잠시라도 세수를 하면 조임이 덜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입술 아래쪽으로는 조이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날 새로 나타난 증세는 귀의 가운데 부분을 손으로 누르면 통증이 느껴졌다.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지나가는 듯 아프기도 했다. 입술도 바짝 바짝 말라서 물을 자주 마셨다. 혼자 있을 때는 '생기머리띠'를 매고 있었다. 아마 3시간 정도 머리띠를 맨 것 같다. 평소에 먹지 않았던 말린 바나나를 간식으로 먹었다. 말린 생강도 조금 먹었다. 지난번 전통시장에서 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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