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안면 신경마비 29일째... 침을 맞다

polplaza 2023. 6. 1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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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신경마비(구안와사) 진단을 받은 지 29일째다.

회복이 너무 더디다. 이마에 주름살은 거의 균형으로 돌아왔으나, 눈 아래 눈두덩과 입은 불균형이 크다. 재활의학과 의사의 말처럼 살아있는 신경이 10% 남짓이어서 앞으로 6개월간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끔찍하다. 그러고서도 후유증이 남는다면 다른 방도를 찾지 않을 수 없다.

마침내 침을 맞아보기로 했다. 전날 침을 잘 놓는 사람이 있다며 무조건 침을 맞아야 한다고 재촉하던 지인이 말한 그곳을 오늘 오후 그곳을 아는 다른 지인과 함께 찾아갔다. 경기도에 위치한 그곳은 1호선 전철역 근처였다. 서울 사무실에서 약 50분 걸렸다.

내가 기억하는 한 침을 맞아본 적이 없다. 기억이 없는, 아주 어렸을 적에 맞았을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침을 맞으면 마비가 온 얼굴에 놓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있었다.

"언제 마비가 왔느냐" "병원에서는 어떻게 진단을 내렸느냐"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면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을 복용하면서 침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찍 왔더라면 빨리 나을 수 있었을텐데 지금은 침을 맞아도 한달은 걸린다" "매주 3회씩 한달 동안 맞아야 한다" "병원에서 받는 재활치료를 중단해라. 재활치료를 받으려면 침을 놓지 않겠다. 재활치료는 침을 방해한다"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면 스테로이드제 복용은 당연하다" "나도 구안와사가 와서 친구한테 침을 한달간 맞고 나았다" 

그리고 안쪽 침대가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바로 누우라고 해서 천장을 보고 누웠다. 침을 얼굴에 놓을 줄 알고 안경을 벗어 겉옷 호주머니에 넣었다.

침술사는 자신의 오른손으로 나의 왼손을 잡고 맥박을 검사하는 듯 했다. 이어 똑같은 방법으로 내 오른손을 검사했다. 그리곤 나의 왼쪽 바지를 감아 올렸다. 왼쪽 종아리가 드러났다.

앗!

침술사는 나의 종아리쪽 근육에 침을 놓기 시작했다. 이어 발등과 발바닥 언저리에도 침을 놓았다. 아마 9~10개 쯤 놓은 것 같다. 9개는 분명한데 발바닥으로 간 것은 보이지 않아서 한 두개가 있었는지 장담할 수 없다. 여하간 최소 9개의 침을 맞은 것은 확실하다.

침술사는 "눈을 깜빡깜빡해보라" "눈이 감기지 않느냐?" "좀 나아지지 않았느냐" "목소리가 좋아졌다" "상담할 때 발음이 샜는데, 지금은 다르지 않느냐" 하면서 내게 거울을 갖다 주었다. 거울을 보면서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발견하지 못한 나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침술사는 왜 조급증을 부리는 것일까? 침 놓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호전된 것 처럼 유도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눈은 이미 깜빡거릴 정도였고, 목소리도 때에 따라 좋아졌다 나빠졌다하기 때문에 침 한번으로 갑자기 좋아졌다고 말할 형편이 아니었다.


아마 30분쯤 그 상태로 누워있었다. 침술사가 침을 차례차례 뺐다. 다음 예약 시간을 잡았다. 하는 일이 있어서 금요일 오전 10시30분에 2번째 침을 맞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 휴대폰으로 얼굴을 봤다. 침을 맞고 있던 순간에 찍은 사진도 살펴봤다.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분석해봤다. 우선 목소리가 실제로 나아진 것 같았다. 두번째는 얼굴인데 침을 맞고 있을 때 찍은 사진이 의외로 최근 찍은 사진 가운데 가장 회복이 잘된 모습이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에는 얼굴이 갈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침을 맞고 있을때 모습보다는 덜 회복된 모습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균형의 모습으로 원상복귀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도 눈 주위의 조임 현상은 지속됐다. 이 때문에 세수를 너댓번 한 것 같다. 눈의 시력은 침침하다. 인공눈물을 여러 차례 넣었다. 이제는 어디서든 넣을 수 있을 만큼 숙달됐다. 입술 모양이 가장 비뚤어진 상태인데, 침술을 통해 얼마나 빨리 회복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내일 오전에는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게 돼 있다. 일단 가보려고 한다.

한편 아내가 오늘 카톡으로 {'많이 웃을수록 회복도 빠르다'는 한방 전문가의 안면마비 치료 원칙}이라는 기사를 공유해서 보내왔다. 웃으면 입이 가장 크게 삐뚤해져 외관상 보기도 그렇고 해서 가급적 웃음을 멀리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보낸 기사를 읽어보고 일부러 웃음을 참거나 피하려고 하지말고 웃음이 나올 때는 마음껏 편히 웃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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