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에서는 깎아주는 것이 인심이고 즐거운 일
짬을 내서 을지로 4가에 갔다. 벽지를 알아보러 간 것이다. 주방 쪽의 벽지가 윗집에서 샌 물 때문에 곰팡이가 생겨 교체하기 위해서였다. 주방에 바른 벽지와 똑 같은 벽지를 구하기 위해 이사할 때 벽지를 샀던 가게를 찾아갔다. 벽지 쪼가리 하나를 챙겨서 호주머니에 넣고 갔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었다. 다른 옆 가게들도 닫혀 있었다. 일요일이라 모든 벽지 가게가 쉬는 모양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딱 떠올랐다. 아쉬움을 안고, 바로 옆에 있는 시장통으로 들어갔다. 재래시장이다. 일요일인데도 대부분 가게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이곳은 멸치, 쥐포, 명란젓, 황태, 굴비, 인삼, 과일, 밤, 채소 등 농수산물의 집합소다. 시장 안의 중간 쯤을 지날 무렵, 가끔 가는 가게의 주인 아주머니가 나를 알아..